(시론)농식품 벤처, 농업의 미래 산업화를 여는 열쇠
2026-07-13 06:00:00 2026-07-13 06:00:00
농업은 더 이상 논밭의 생산 활동에만 머물 수 없다. 기후위기, 농촌 고령화, 인력 부족, 식량안보 불안, 소비 트렌드 변화가 동시에 밀려오면서 농식품 산업은 근본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 이 변화의 한복판에 있는 것이 바로 농식품 분야 창업과 벤처 육성이다. 과거 농업정책이 생산 기반 유지와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기술·데이터·바이오·푸드테크를 결합한 새로운 성장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정부와 유관기관도 농식품 벤처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운영하는 2026년 농식품 벤처육성 지원사업은 농업, 식품, 농기계, 축산, 원예뿐 아니라 바이오·디지털 등 첨단기술과 융합된 창업 모델을 발굴해 사업화 자금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2026년 창업기업 분야에서는 창업 5년 이내 기업 약 107개사를 지원 대상으로 제시했다. 푸드테크 산업도 제도권 육성 단계에 들어섰다. 2025년 12월 시행된 ‘푸드테크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을 바탕으로 푸드테크 사업자 신고제가 운영되며, 정부는 R&D, 수출, 인력 양성 등 맞춤형 지원을 본격화한다.
 
농식품 벤처 육성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농업의 생산성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 스마트팜, 농업용 로봇, AI 생육 관리, 정밀농업 기술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을 보완할 대안이다. 둘째,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원물 판매 중심의 구조에서는 농가 소득을 안정적으로 높이기 어렵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기능성 식품, 대체식품, 맞춤형 식단 서비스 등은 농산물의 가치를 몇 배로 확장할 수 있다. 셋째, 식량안보와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기술 창업은 필수적이다. 이상기후에 강한 품종, 대체 단백질, 저탄소 농법, 유통 손실 절감 기술은 국가 경쟁력이다.
 
하지만 현황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농식품 창업기업은 일반 IT 스타트업보다 사업화 기간이 길고, 실증 공간 확보가 어렵다. 농가·지역·규제·유통망과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시장 진입 장벽도 높다. 기술은 있어도 판로가 부족하고, 초기 투자는 받았지만 스케일업 단계에서 자금난을 겪는 기업도 많다. 특히 농업 현장과 스타트업 사이의 언어가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현장은 당장 쓸 수 있는 기술을 원하지만, 창업기업은 투자자와 시장이 원하는 성장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농식품 벤처는 ‘좋은 기술’에 머물고 ‘강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발전 방안은 세 가지 방향에서 모색돼야 한다. 첫째, 현장 실증 중심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연구실과 발표 자료에서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농가, 산지유통센터, 식품 제조 현장에서 검증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자금 지원을 단계별로 고도화해야 한다. 예비 창업, 초기 사업화, 제품 인증, 판로 개척, 수출, 스케일업까지 성장 단계별로 다른 정책금융과 민간투자가 연결돼야 한다. 셋째, 지역 기반 클러스터 전략이 중요하다. 지역 농산물, 대학, 연구기관, 식품기업, 창업기업이 함께 움직이면 농촌은 단순 생산지가 아니라 기술 실증과 고부가가치 산업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푸드테크 혁신클러스터와 연구지원센터 구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농업박람회에서 농업 특화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로봇이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식품 벤처가 성장하면 우리 농업과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작지 않다. 농업 측면에서는 생산비 절감, 품질 향상, 노동력 보완, 농가 소득 다변화가 가능하다. 청년들이 농업에 진입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경제 측면에서는 식품·바이오·로봇·데이터·물류·수출 산업과 연결되며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만든다. K-푸드 수출 확대와 결합하면 농식품 벤처는 내수형 산업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성장 산업이 된다.
 
결국 농식품 벤처 육성은 단순히 몇몇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다. 이는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전환하고, 농촌을 혁신 공간으로 되살리며,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을 만드는 전략이다. 농업의 위기를 보조금만으로 버틸 것인지, 아니면 기술과 창업으로 돌파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답은 분명하다. 농식품 벤처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며, 동시에 한국 농업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성장 경로다.
 
정원호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한국농식품정책학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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