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재판, 검찰 "바지사장 내세운 신종범죄"..변호인 "오해"
최태원-최재원 형제 첫 재판 열려
2012-03-02 14:02:57 2012-03-02 17:34:00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SK 최태원 회장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간의 법정공방이 뜨겁게 오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 부장판사)는 2일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피고인의 출석이 의무적이지 않은 공판준비기일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최 회장은 이날 공판에서는 법정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이뤄진 모두절차에서 검찰은 최 회장 등에 대한 범죄에 대해서 "재벌 횡령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변호인측은 "극단적인 언어를 쓰는 것을 보아 검찰의 고민이 엿보인다"고 맞받아치는 등 첫 공판서부터 뜨거운 공방이 오갔다.
 
◇검찰 "바지사장 내세운 신종범죄"
 
이날 법정에서 검찰은 작심한 듯 날카롭게 최 회장 형제의 범죄행위를 비판하며 모두발언을 이어나갔다.
 
검찰은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통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운을 뗐다.
 
검찰은 "하지만 재벌이라는 이유로 범죄행위를 회피하거나 허위변명을 내세워서는 안된다"며 "대기업 총수가 자신의 지시를 받은 부하직원과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범죄를 떠넘겨서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특징에 대해 "이번 사건은 범행당시부터 형사처벌 가능성을 대비해 철저히 준비한 사건"이라며 "마치 강력사건의 오락실 범죄같이 '바지'를 내세웠다. 형사책임을 대신하기 위해 김준홍 베넥스 인베스트먼트 대표를, 횡령책임을 대신하기 위해 재무담당 직원인 장모씨를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어 "SK그룹과 계열사의 자금을 이전해 투기적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서민들을 위한 저축은행과 펀드를 사용한 신종범죄"라며 "향후 대기업들의 횡령범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검찰측은 변호인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반박하는 모습이었다.
 
검찰은 '자산을 몇조원 보유한 대기업 회장이 회사자금 몇백억을 횡령할리 없다'는 변호인측의 주장에 "외람되지만 최 회장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도 회사자금을 횡령했다. 부자니까 횡령할리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기업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변호인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기업 총수의 재판에 해당 기업이 인질이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받아치는 모습이었다.
 
◇SK 변호인 "투자전략 바꾸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
 
최 회장 형제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측은 이번 사건이 그룹차원에서 투자전략을 바꾸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의 변호인측은 "사건을 보고 세간의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 재벌의 오해를 푸는 것은 간단치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측은 이어 "그룹 신뢰에 치명타가 될 펀드 자금을 횡령할리 없다"며 "경제가 투명해져 돈의 흐름을 모두 알 수 있다. 대기업이 횡령 위해 펀드를 이용했다는 가설은 현재 투명한 우리 경제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측은 "형사사법 절차에서 억울한 일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대기업 회장도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대기업 회장이라 불이익을 받는 면이 있다. 오해를 풀고 덧칠된 이미지를 벗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의 또 다른 변호인은 "김 대표를 바지로 내세운 신종범죄라고 하는 것이 의아하다"며 "신종이라고 검찰이 규정하는 것에서 '전통적 횡령과 다르다. 횡령으로 볼 수 없다'는 검찰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사회 물의 일으킨 것 죄송..오해 풀고 싶다"
 
이날 공판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최태원 회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두발언 기회를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히면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최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경영상 관리가 소홀했고 내가 모자랐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 더 철저히 해야겠다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기업이 구조적, 제도적으로 더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다만 이런 오해를 받는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들고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잘 판단해주셨으면 한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최 부회장과 김 대표는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서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특별히 말을 주고받거나 눈빛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파란색 수의를 입은 최 부회장이 공판이 끝나고 구속 피고인이 대기하는 곳으로 가자 최 회장은 이같은 최 부회장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봤다.
 
최 회장 등에 대한 공판은 오는 15일 열릴 예정이며 이날 공판에서는 서증조사가 이뤄질 계획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