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부모 등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일반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가족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범죄인 만큼 가중처벌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10월 심판사건에 대한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재는 22일 형법 제250조 제2항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습니다. 2013년 7월에 이어 다시 합헌 판단을 내린 겁니다. 해당 조항은 자신이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일반 살인죄의 징역형 하한인 5년보다 2년 높습니다.
헌재 다수 의견은 “직계존속에 대한 비속(아랫세대)의 존경과 보은은 가족 내에선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접착제로, 사회에서는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공공의 규칙을 준수하게 하는 바탕으로 작동해왔다”며 “비속의 존경과 사랑은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적 구성 부분을 이루는 가치 질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직계존속 살해는 부모 자녀 사이 형성되는 특별한 유대와 신뢰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존립 기반을 파괴하므로 위법성 및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를 고려해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법정형을 정한 것에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마은혁 재판관은 범행 동기와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형을 높이는 것은 책임에 맞게 처벌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소수 의견을 냈습니다.
마 재판관은 “모든 존속살해범죄의 비난 가능성이 동일하지는 않다”며 “탐욕에 눈이 먼 패륜적인 범죄도 있는 반면 오랫동안 직계존속의 폭력이나 학대에 시달리면서 쌓인 분노가 폭발하여 발생하는 범죄도 있다”고 했습니다. 또 “개별 존속살해범죄에서의 책임의 정도가 작은 경우에도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으면 법관이 정상참작 감경을 하더라도 징역 3년6월 이상의 중형에 처할 수밖에 없고 집행유예를 선고할 여지도 없게 된다”며 “형벌이 책임의 정도에 상응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 A씨는 혼자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부친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2022년 3월 징역 4년을 확정받았습니다. 부친은 뇌출혈 등으로 입원했다가 치료비 부담으로 퇴원했으며, 당시 팔다리가 마비돼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했습니다. A씨는 재판 중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 해 5월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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