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전쟁과 폭력, 차별 속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납니다.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조명하는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가 올해는 상영작을 대폭 늘리고, 저널리즘과 인생 2막 등 새로운 주제로 영역을 넓힙니다.
제3회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립니다. 지난 2024년 출범한 영화제는 정의와 인권, 평화, 환경, 민주주의를 위해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시민 참여형 영화제로, '내부고발자(Whistleblower)'의 정신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습니다.
18개국 46편 선정…접하기 어려운 국가들 작품도 출품
올해는 약 260편이 출품됐고, 이 중 18개국의 46편이 선정됐습니다. 장편 10편과 단편·애니메이션·실험영화 36편으로, 지난해보다 20편 늘었습니다.
상영관도 1개에서 2개로 확대됐습니다. 우리나라 작품이 15편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6편, 중국이 5편, 이란이 5편, 러시아가 3편을 출품했습니다. 아울러 그린란드를 비롯해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칠레, 멕시코, 몽골 등 접하기 어려웠던 국가들의 작품도 포함됐습니다. 이들 영화에는 전쟁과 국가폭력, 사회적 차별부터 개인의 삶과 내면의 갈등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개막작은 이란 살레 알라비자데 감독의 '레인보우스 테일'로, 서로 다른 폭력을 겪은 일곱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유년기의 상처가 성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합니다.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희생된 9세 소년 키안 피르팔락을 추모하며 만들었습니다.
폐막작은 짐 맥셰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아우어 컬러스 네버 페이드'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조국을 지키는 동시에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성소수자 군인과 시민들을 담았습니다. 또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더 디센던트 오브 케이블 스트리트'는 과거 파시즘에 맞서 싸웠던 영국 거주 유대인 남성이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에 나서는 과정을 기록하며 전쟁과 갈등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전합니다.
지난해 열린 제2회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관객과의 대화(GV) 현장 모습. (사진=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저널리즘·인생 2막 특별 섹션…사회 고발 넘어 삶의 이야기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특별 섹션입니다. 저널리즘 섹션에서는 5·18 당시 거리로 나섰던 고교생들의 기억과 화해, 치유를 다룬 김종관 감독의 '졸업앨범: 선생님을 기다렸다', 한국 언론의 권력 구조와 자본의 영향력을 들여다보며 언론의 역할을 묻는 태준식 감독의 '슬기로운 해법'을 상영합니다.
인생 2막 섹션에서는 미국 내 한국계 시니어 프리스비팀의 도전을 담은 '체이싱 플라스틱'과 뒤늦게 엔카 가수의 꿈을 좇는 일본 여성의 이야기 '엔카, 길이 시작된다'가 선보입니다. 나이와 환경의 제약을 넘어 삶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용기를 조명합니다.
이 밖에 유진 오닐의 초기 희곡을 영화화한 '더 퍼스트 맨', 그린란드 이누이트 사냥꾼의 삶을 다룬 '아크틱 페이션스', 몽골의 멸종위기 동물과 생태계 문제를 다룬 '가디언 오브 그레이트 고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봄길'과 한국전쟁을 그린 '잊혀진 소년' 등도 관객들을 찾아갑니다.
극장 중심 배급 환경, 전쟁, 보수와 극우, 비정규 노동 등 4개 주제의 내용이 담긴 제3회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포럼 포스터. (자료=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영화 밖으로 이어지는 문제 제기…4개 주제 포럼 개최
상영과 함께 4개의 포럼도 개최됩니다. 23일 열리는 개막포럼은 '독립영화는 독립적인가'를 주제로 극장 중심의 배급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독립영화가 관객과 만날 방안을 논의합니다. 또 24일에는 '실시간 학살의 시대: 전쟁의 참상과 미디어 보도의 한계'와 '우리 안의 보수와 극우 그리고 민주주의', 25일에는 '공정은 누구를 배제하는가: 능력주의와 비정규 노동'이 다뤄질 예정입니다.
주요 상영작을 대상으로 감독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GV)도 진행됩니다.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와의 교류 상영도 마련됩니다.
영화제는 시민언론 민들레, 뉴스토마토 등이 공동 주최하고 시민언론 보루가 주관하며, 소설가 윤정모와 영화평론가 오동진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운영 재원은 시민 후원과 공공기관·기업·단체 협찬으로 마련되며,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행사가 진행됩니다.
개막식은 23일 오후 7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며, 앞서 가수 백자와 씨없는수박 김대중의 공연도 진행됩니다. 관람권은 온라인 예매 사이트 디트릭스와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제3회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포스터. (사진=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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