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 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인 것을 두고,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이사 10명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이사들이 법률자문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해 결정한 만큼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사진은 22일 서울 고려아연 본사 모습.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정한 것이 선관주의의무나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김석범)는 22일 영풍이 최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들에게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입니다. 승소하면 배상금은 소송을 낸 주주가 아니라 회사에 돌아갑니다.
이번 사건은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함께 2024년 9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시작됐습니다. 공개매수는 매입 가격과 기간 등을 미리 알리고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같은 해 10월 이에 맞서 자사주 공개 매수를 결의했고, 당시 1주당 56만원 정도였던 주식을 89만원에 사들려 자사주 204만30주를 취득했습니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회사를 위한 결정이 아니라 최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고, 특정 목적을 위한 준비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약 8369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 회장과 이사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대해 “법률 자문과 가처분 신청 등을 검토하고 일정 비율 할증에 의한 자본조달 방안을 전제로 판단한 걸로 그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았다면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나 충실주의 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정 목적을 위해 쌓아둔 준비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것이 위법하다는 영풍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상법이 자사주를 사들일 수 있는 전체 금액의 한도를 정하고 있을 뿐, 어떤 항목의 자금을 사용했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영풍이 문제 삼은 준비금도 법에서 자사주 취득 한도를 계산할 때 제외하도록 정한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 정관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고려아연 정관에는 해당 준비금을 중간배당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이를 자사주 매입에도 적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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