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만 따져 '재고용 기대권' 인정 안 한 하급심…대법, 파기환송
정년퇴직한 노조 조합원들만 재고용 안 한 버스회사
대법원, 정년퇴직자 재고용 관행 살펴 원심 파기환송
2026-09-13 14:05:30 2026-09-13 14:05:3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정년퇴직자 재고용 관행을 살피지 않고 형식만 따져 재고용 기대권이 없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시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버스운송회사 나주교통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사건에서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나주교통 버스기사 노조는 2022년 정년에 도달한 조합원들의 촉탁직 재고용을 사측에 요청했습니다. 취업규칙에 ‘업무상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된 자는 퇴직 후 촉탁계약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았고, 정년퇴직자들에 대한 근로계약은 그대로 종료됐습니다. 이에 노조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습니다. 전남지노위는 물론 중노위도 정년퇴직자의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하며 부당해고로 판정했습니다. 
 
사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측은 △정년 도달로 근로계약이 자동 종료됐고, 정년퇴직한 조합원들이 촉탁직 채용절차에 응시하지 않아 해고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점 △사측에 노동자의 운전능력 등을 고려해 채용 여부를 결정할 재량권이 있는 점 △당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운송 수입이 감소해 재고용을 거절한 데 합리적 이유가 있는 점 등을 주장했습니다. 
 
1심은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전지법 행정2부(재판장 정선오)는 2024년 6월 사측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사측 인건비 부담으로 단체협약에서 기존 정년 연장 조항을 삭제하고 촉탁직으로 근로계약을 연장하도록 단체협약이 바뀌어온 점 등을 짚으며 노사 간 촉탁직 재고용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정년퇴직한 조합원들에 대한 촉탁직 계약 체결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없는 점 △사측은 정년퇴직자보다 신규 입사자를 10명 더 뽑아 충원 필요성이 있었던 점 △노조의 재고용 요청에도 사측이 회신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사측의 계약 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봤습니다. 
 
반면 2심은 형식적 이유만 따져 사측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대전고법 행정1부(재판장 이준명)는 지난해 1월 정년퇴직한 조합원들의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은 재고용 재량을 부여한 것일 뿐 재고용 의무를 부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2021~2022년 정년퇴직자 38명 중 47%에 불과한 18명을 촉탁직으로 채용한 점 △조합원들이 촉탁직 채용 공고에 응시하지 않은 점 △노조의 요구는 정년 연장 요청이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엇갈린 판결 속에서 대법원은 1심 판결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2021년과 2022년 정년퇴직 뒤 촉탁직 재고용을 신청한 이들 중 노조 조합원들만 제외하고 재고용됐다”며 “이전에도 재고용 신청을 거부한 사례는 없다”고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노조가 재고용을 요청했으나 사측이 회신 없이 근로관계를 종료했다”며 “사측이 재고용 기준 충족 여부를 심사했다는 사정을 볼 수 없다”고 사측의 계약 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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