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I 첫 4만달러 초읽기…이면에 '성장의 역설'
반도체 호황에…2분기 명목 GDP 47년 만에 '최고'
실질 성장률도 견조…연 3.3% 성장률 달성 가능성 ↑
고루 퍼지지 못하는 성장 온기…'K자형 양극화' 심화
2026-09-08 17:47:50 2026-09-08 18:00:5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날개를 단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새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6.4% 늘며 약 47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1년 전보다 15.6% 증가하며 37년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었습니다. 환율 안정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국민 1인당 GNI는 사상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어 한국 경제 역시 날개를 단 것입니다. 
 
하지만 반도체가 이끈 고성장 이면에는 성장의 온기가 고루 퍼지지 못하면서 양극화가 점차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과 기업 투자가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반도체와 비반도체 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자산 보유층과 청년·중산층 사이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면서 'K자형 양극화'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은도 열어둔 '국민소득 4만달러'…"환율 안정 시 가능성 매우 커져"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6%로 집계되면서 지난 7월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7% 증가했습니다. 올해 1분기(1.8%) 높은 성장세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가격 변동을 반영한 명목지표의 상승 폭은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2분기 명목 GDP는 전 분기보다 9.2%,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6.4% 각각 증가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보면 1979년 3분기(27.7%) 이후 46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명목 GDP의 가파른 상승은 글로벌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 가격이 크게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GDP디플레이터도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1.9% 올라 1980년 4분기(26.6%)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디플레이터가 56.6% 급등했습니다.
 
국민소득 증가 폭도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면서 돋보였습니다. 2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3.1%, 전년 동기 대비 15.6% 각각 증가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988년 4분기(15.7%)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실질 무역 이익이 늘어나면서 실질 GDP 성장률을 크게 웃돈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은은 국민 1인당 GNI가 올해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올해 남은 기간 예상치 못한 충격이 없고 연간 명목 GNI 증가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환율 안정세가 지속된다면 미 달러화 기준 1인당 GNI는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만 좋은 한국 경제…새 이정표의 그늘 '양극화'
 
이 같은 화려한 전망의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꼽힙니다. 실제 2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 및 장비를 중심으로 1.3% 증가했습니다. 특히 2분기 성장률의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렸는데, 특히 반도체 수출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 부장은 "중동 전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AI 투자 확대로 반도체와 관련 기계 장비 수출이 늘어나면서 순수출이 전 분기 높은 수준에도 플러스 기여를 지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전망도 밝습니다. 한은은 미국이 AI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연간 성장률 3.3%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합니다.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6%를 기록한 만큼, 하반기 평균 0.2~0.3% 수준의 성장세만 이어져도 연간 전망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 부장은 "당분간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면 가격은 떨어질 수 있겠지만 물량 자체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실적으로 나타날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문제는 반도체 호황의 성장 온기가 국내 경제 전반으로 고루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물경기 역시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K자형 양극화 역시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0.8% 감소하며 마이너스 전환했고, 자영업으로 꼽히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생산지표는 급격히 악화했습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노동자 실질임금 상승률도 0.3%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습니다. 청년들의 일자리 사정 역시 반도체 호황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면서 고용절벽 현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대경제경제원은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26년 3분기)' 보고서를 펴내고 이 같은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었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작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반도체 수출 경기 호조에 따른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그 과실이 확실하게 내수와 가계로 파급된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정부의 소득 재분배 정책이 없었다면 사상 최대의 수출 경기 호조가 전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기 양극화가 심화됐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화용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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