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파병을 둘러싼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미·이란 충돌에 따른 중동발 공급 불안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미국 휘발유 가격까지 밀어 올리며 세계 경제의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유조선과 자동차운반선이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압박에 이란 공격…하루 사이 연이은 '군사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중동 전쟁 참여를 거듭 요청한 가운데 정부도 이에 대응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가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이 이란 관련 도움을 거절한 것을 기억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데 이어, 4일에는 한국이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요격미사일 천궁-Ⅱ를 팔아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공유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이어왔습니다.
이 가운데 이란은 한국의 파병을 미·이란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는 경고를 내놓았습니다. 미국의 동참 요구와 이란의 경고가 맞부딪히는 가운데 실제 미·이란 간 군사적 충돌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5일(현지시간) 미군의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각각 한 척 공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군이 이란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유조선 3척을 공격한 데 따른 대응입니다. 양국이 하루 사이 연이어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도 한층 높아지는 모습입니다.
충돌 격화에 국제유가 급등
미·이란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실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7.6%, 1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여기에 미·이란 간 충돌이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됩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지난달 31일 배럴당 90.49달러에서 지난 4일 96.28달러로 5.79달러 상승하며 한 주 동안 약 7.6% 올랐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0월 인도분 WTI도 같은 기간 85.76달러에서 91.48달러로 5.72달러 올라 약 10% 상승했습니다.
국제유가 전망도 잇따라 상향 조정됐습니다. 주요 투자은행(IB) 가운데 씨티그룹은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을 반영해 3분기 브렌트유 평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80달러에서 86달러로 올렸습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도 브렌트유 전망치를 92달러에서 95달러로 높였습니다.
미 휘발윳값도 비상…노동절 4달러 돌파 전망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의 휘발유 가격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격 추적 업체 개스버디의 패트릭 드한 애널리스트는 오는 7일 미국 노동절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03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2012년 노동절 당시 기록한 갤런당 3.83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해 왔는데요. 셰브런과 엑손모빌 등 석유 메이저에 이익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경고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현지시간)에는 정유·유통업계 경영진을 직접 만나 가격 안정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중동발 공급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휘발유 가격 안정을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도 커질 전망입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료비 상승이 가계 부담을 키우면서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도 함께 살필 전망입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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