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일본 패키지 여행에 나섰던 70대 노인이 현지 면세점에서 영양제를 17만원으로 알고 결제했지만, 실제로는 17만엔(약 150만원)을 지불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환불을 받으려 했으나, 복잡한 절차 덕분에 실제 환불까지는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와 유사한 피해 사례들은 여행 커뮤니티에서 드물지 않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4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A씨(70대)는 딸, 언니 부부와 함께 지난 7월 말 국내 여행플랫폼 B사를 통해 예약한 일본 대마도 패키지 여행을 갔다가, 한국인 가이드의 안내로 현지 면세점에서 영양제를 구매했습니다.
당시 A씨는 영양제의 가격을 17만원으로 안내받고 카드로 결제했지만, 귀국 후 17만원이 아닌 150여만원이 결제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17만원이 아닌 '17만엔'이 결제된 겁니다. 같은 제품을 구매한 언니 부부 역시 같은 금액이 결제됐습니다.
A씨는 당시 미리 준비한 엔화로 구매하려 했지만, 가이드가 카드 결제를 권했다고 주장합니다. 일부러 실제 가격보다 낮게 안내하고, 결제 금액을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카드 결제를 유도해 고액의 상품을 구매하도록 했다는 의심입니다. 면세점 CC(폐쇄회로)TV로 기록된 당시 영상을 보면, A씨가 현금을 꺼냈다가 가이드와 대화한 뒤 카드로 결제하는 모습이 담겨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가이드 측은 "엔화 환율이 낮으니 현금은 나중에 원화로 환전하는게 낫다는 대화를 나눴을 뿐, 카드결제를 유도한 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환불을 요청 받은 B사도 "면세점에서 가격을 엔화로 안내했고 가격표에도 한글로 엔화라는 표기가 있었다"고 A씨가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안내받은 금액보다 큰 금액이 결제된 사실을 확인한 A씨 측은 B사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현지 면세점이 환불을 거부하면서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A씨의 지속적인 항의 끝에 9월 초가 돼서야 B사가 면세점과 협의해 환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제부터 환불까지 한달이 걸린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같은 사례는 A씨뿐이 아닙니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 등에는 해외여행을 갔다가 가이드 등으로부터 안내받은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결제한 사례들이 다수 발견됩니다. 특히 외국과의 환율 차이에 익숙하지 않은 60~70대 노인들에게 이 같은 사례가 많이 나타납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C씨도 지난 7월 말, 70대인 부모님이 일본 패키지 여행 중 면세점에서 영양제를 650만원 이상 구매했다면서 환불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고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D씨 또한 지난해 6월 70대이신 부모님이 대마도 패키지 여행 도중 영양제 가격을 20만원으로 알고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20만엔(약 172만원)이 결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복잡한 절차 탓에 환불을 포기한 사례도 있습니다. E씨는 60대인 어머니가 지난해 6월 일본 후쿠오카 패키지 여행을 갔다가 면세점에서 구매한 약 160만원어치 영양제를 환불 받으려고 방법을 문의했습니다. 그러나 "해외 구매 특성상 환불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환불받기도 어렵다라는 의견을 듣고 구제를 포기했다"고 전했습니다.
해외 현지 면세점에서 구매가 이뤄진 경우, 국내에서 환불 등 사후 구제를 받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제사법 규정에 따라 어떤 나라의 법을 적용할지 판단하는 기준인 준거법 문제로 국내법에 근거한 소비자 구제를 모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기환 법률사무소 뉴스 변호사는 "민법상 착오를 이유로 계약 취소를 주장할 여지는 있지만, 준거법 문제가 있어 해외 면세점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쉽지 않다"며 "해외 현지 카드 결제 시 반드시 화폐단위와 금액을 확인하고 영수증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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