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가정을 해보자. 당신의 가족 중 한 명이 조현병이라면? 아버지, 어머니, 누나, 동생 혹은 자녀, 아니 당신 스스로일 수도 있다. 망상, 환각 등에 시달리는 가족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아니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원인 불명으로, 누구에게나 쉽게 발병할 수 있는 만성질환인 조현병이나 우울증, 조울증 등 여러 정신질환이 존재하는 한 이 질문의 답은 유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9일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다큐멘터리가 개봉했다.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은 부모가 조현병을 앓던 자신의 누나를 치료 대신 집에서 두고 더러 문에 자물쇠를 채워두기도 했던 그와 가족이 보낸 20여년의 시간을 직접 기록해 다큐로 제작했다.
이날 서울 모처에서 만난 감독은 영화 제작과 관련해 일본에서 발생한 발달장애 자녀를 집에 가둬 아사하게 만든 사건을 거론했다. ‘우리 집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다른 곳에도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일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를 결정했다.
다큐를 보는 내내 숨을 못 쉴 것 같은 감정에 짓눌렸다. 십여 년간 다수의 정신질환 당사자와 교류해 왔지만 어떻게 조현병이 악화하는지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다큐가 혹여 조현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나 편견을 조장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감독은 “숨기면 편견이 사라지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렇다. 당사자 인권 보호를 위해 얼굴에 모자이크를 걸어놓은들 대중은 상상력을 발휘해 정신질환 당사자들을 흡사 괴물로 인식한다. 보이지 않으면 불필요한 상상력이 작동한다. 그러니 감독의 선택은 사실의 무게일 뿐이었다.
장기간 정신질환 당사자의 인권 문제를 다룬 보도를 해왔다. 그러면 종종 그 가족이 겪는 어려움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메일이 날아오곤 했다. 그때마다 아무리 그런들 당사자만 하겠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즈음 몇 년간 알고 지내던 동료가 별안간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사연인즉슨 정신질환 당사자를 가족으로 두었을 때 겪어야 하는 고통과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의 형제 이야기였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조현병 가족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가 상당한 만큼 이들을 위한 별도의 돌봄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의 간극은 크다.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의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치부해 버린 셈이었다. 부끄러웠다.
다큐 속 부모는 당시 일본 내 정신의료기관의 열악함과 인권유린 사례, 적정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점 때문에 집에서 누나를 돌보기로 한다. 적극적인 치료 개입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었고 더러 회피로 보이기도 한다. 잘못된 판단이었음에도 그들 나름의 최선의 노력을 해왔던 것은 아닐까. 감독도 부모를 비난코자 다큐를 만든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다큐 면면히 흐르는 감정은 자책감이다. 감독 자신도 “누나에 대해 미안하다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누나는 이미 세상을 떠나 이제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한다. 누나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해서 더 좋은 방식으로 (정신질환 당사자에 대한 치료 및 돌봄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전달할 뿐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만약 당신의 자녀에게서 정신질환이 발병했다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자녀를 낳은 부모가 느끼는 과도한 책임감과 고통에서 감독은 벗어날 것을 권고한다. 당신 아니, 그 누구도 원인 불명의 발병을 막을 방법은 없었기에 책임은 없다. 너무 많은 자책감을 갖지 않는 것.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때부터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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