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홈플러스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차입매수(LBO) 방식이 지목되며 논란을 초래했습니다. 빚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재무 부담이 커졌고, 그 여파가 10여년간 누적됐다는 지적입니다. 정치권은 이를 '약탈적 금융'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규제 법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사모펀드의 자본 공급 및 구조조정 순기능까지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거세, 기업의 장기 성장과 투자금 회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2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2015년 MBK파트너스는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약 7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인수대금의 약 60%인 4조3000억원을 홈플러스 자산과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한 인수금융으로 조달했습니다. 이른바 LBO 방식입니다. 빚을 낸 주체는 MBK였지만, 연간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은 결국 홈플러스가 감당하는 구조였습니다.
홈플러스는 인수 직후부터 매년 수천억 원대의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했습니다. 본업에서 벌어들인 현금 상당 부분이 점포 리뉴얼과 물류 투자, 온라인 경쟁력 강화보다 이자 상환에 우선 투입되면서 투자 여력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MBK는 부채 상환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점포와 물류센터를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back)'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일시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반복될 경우 자산은 줄고 임차료 부담은 커지는 구조입니다.
MBK 인수 이후 2024년까지 매각된 홈플러스 점포 및 물류센터는 28개 안팎으로, 누적 매각 대금만 약 4조원에 달합니다. 자산 기반은 급격히 약화된 반면, 원래 공짜로 쓰던 자리에 매년 세를 내야 하면서 연간 임차료 부담은 4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났습니다.
배당·수수료 논란, 투자금 회수 방식 도마
여기에 MBK가 인수 및 운용 과정에서 거둔 거래수수료와 관리보수 등 수천억 원대 수수료 논란도 이어졌습니다. 자산 유동화를 통해 확보한 현금이 배당이나 부채 상환으로 빠져나가면서 정작 온라인 유통 전환과 물류 투자 타이밍은 놓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비대위 관계자는 "2017년 홈플러스스토어즈는 약 26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영업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되고 자산 매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대주주에 대한 수익 회수 구조는 작동했다"며 "핵심 자산을 매각해 확보한 현금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보다 배당 등 투자금 회수에 활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MBK 측은 배당을 통한 투자금 회수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홈플러스는 2021년 첫 영업손실(1335억원)을 낸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손실은 5464억원까지 불어났습니다. 급기야 신용등급 강등(A3→A3-) 직전 대규모 단기채권을 판매했다는 투자자 기망 논란 속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홈플러스 비대위 측은 이 같은 과정을 두고 "단순한 경영 악화를 넘어, 약탈적 LBO에서 시작해 세일 앤 리스백과 부채 돌려막기를 거쳐 개인 투자자에게 위험을 전가한 뒤 기습적으로 회생을 신청한 '기획된 금융 사기, 예정된 참사'"라고 비판합니다.
"사모펀드 순기능 살리되 부작용 막아야"
이 같은 자산 매각 중심 운용 방식에 대한 논란은 홈플러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기관전용 사모펀드 동향에 따르면, 그해 투자회수액 18조8000억원 가운데 배당 등 중간회수 8조원(42.6%)과 M&A 등 최종회수 10조8000억원(57.4%)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배당과 매각 중심의 회수 구조를 보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이를 사모펀드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도입된 국내 사모펀드(PEF)는 출범 첫해 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36조4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위기에 빠진 대기업 계열사를 인수하는 등 M&A 시장의 30~40%를 담당하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모펀드가 없다면 기업 구조조정과 자본 조달을 누가 맡을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시장 기능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과도한 차입을 활용한 인수 구조와 인수 이후 자산 매각·배당 등 투자금 회수 방식이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치권은 이른바 'MBK 방지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사모펀드의 차입 한도를 순자산의 400%에서 200% 수준으로 낮추고, 인수 이후 일정 기간 배당과 자산 매각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근에는 청와대도 이 문제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청와대 뉴미디어 출입기자단과 만나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여지가 있고, 협력 업체 피해가 광범위하게 있다는 측면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 당국이 관련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규제 강화만으로 사모펀드의 부작용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 교수는 "법원이 회생계획 인가 여부를 판단할 때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큰지를 따져보는 것처럼, 사모펀드가 인수 당시 제시한 중장기 경영계획이 얼마나 현실성 있었는지를 제3자가 검증하는 절차를 둘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제2의 홈플러스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차입과 자산 매각에 대한 사전·사후 감시를 강화하면서도, 기업 구조조정과 자본 공급이라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을 연장한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사진=뉴시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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