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에 살면서 정작 득 본 게 없다."
최근 인천을 떠난 한 지인이 씁쓸하게 남긴 말입니다.
그는 2011년 자신의 경유차를 폐차했을 때 입은 금전적 손실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인천은 명색이 우리나라에서 둘째, 셋째를 다투는 지방자치단체인데, 예산이 없어서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당시 지인은 월급으로 250만원을 받던 시절이었는데, 만약 인접한 경기도에서 노후 경유차를 폐차했다면 300만원을 손에 쥐었을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인천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고스란히 손해를 본 셈입니다. 그때 인천시는 누적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정부 매칭 사업 여러 개를 줄줄이 포기하던 때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2020년 3월 모든 시민에게 30~50만원을, 경기도는 2020년 4월과 이듬해 2월 두 번에 걸쳐 도민에게 10만원씩을 지급했습니다. 반면 인천은 8회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2021년 12월아 돼서야 시민들에게 10만원씩을 지역화폐로 줬습니다.
이런 탓에 그 지인에게 인천은 '재정 여건이 나쁜 도시'로만 기억된 셈입니다.
7월1일자로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일제히 돛을 올립니다. 지역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부푼 목표로 임기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지만, 인천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의 분위기는 무겁습니다. 출범과 동시에 들이닥친 심각한 '재정난' 때문입니다.
재정난의 일차적 원인은 100조원에 육박하는 윤석열정부의 세수 결손입니다. 국세 수입이 크게 줄자 정부가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 등은 줄줄이 삭감됐습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취득세 등 수도권 지자체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지방세수마저 급감했습니다. 정부의 세수 결손 나비효과는 재정 자립도가 높은 수도권마저 직격한 꼴입니다.
지자체들의 비명은 엄살이 아닙니다. 정말로 상황이 심각합니다. 경기도는 세입 감소로 부채가 7조원을 넘어섰고, 3000억원의 재원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인천시도 올 하반기에만 4585억원이 부족하고, 비상금 역할을 하는 통합관리기금마저 고갈 수준입니다. 서울시와 산하 자치구들 역시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인한 세수 공백을 메우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지방정부 곳간이 비면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결국 시민들의 삶의 질 저하입니다. 지자체 예산 중 가장 빠르게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분야가 복지인 만큼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예산 삭감의 칼날을 맞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자칫 '복지 포기 사태'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가계부를 꾸려갈 수도권 지자체장들은 시작부터 가혹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쏟아낸 대규모 사업이나 선심성 공약은 과감히 걷어내야 합니다. 재정 위기 상황일수록 예산의 우선순위를 꼼꼼히 따져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지키는 내실 있는 시정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최태용 공동체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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