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권 방패 역할 간절"…은행연합회장 벌써부터 하마평 무성
2026-05-19 14:31:55 2026-05-19 18:34:02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의 임기가 반년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차기 회장 인선을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합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소통이 가능한 '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차기 후보 윤종규·윤종원 거론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조용병 회장의 후임으로 관료 출신과 민간 출신 인사들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은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과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입니다. 
 
은행연합회장은 회원 은행들의 의견을 취합해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각종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를 건의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역대 은행연합회장 상당수가 관료 출신이었던 것도 정부와의 조율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은행권은 금융당국 및 청와대와의 소통이 가능한 인물을 선호해 왔습니다.
 
윤종원 전 행장은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입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기업은행장을 맡아 중소기업 금융 지원 정책을 이끌었고, 정권교체 이후에도 국무조정실장 후보군으로 거론될 정도로 정책 라인 영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윤종규 전 회장은 KB금융(105560)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지낸 대표적인 민간 금융인입니다. KB금융의 리딩금융(실적 1위 금융그룹) 탈환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밸류업 강화 등을 이끌며 금융권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윤 전 회장은 퇴임 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 현안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소신 발언을 내놓아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순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개별 회사 노력뿐만 아니라 당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CEO 임기 관련해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은행연합회장 인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분위기입니다. 은행권을 둘러싼 정치권 압박과 사회적 책임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석상과 SNS 등을 통해 은행권의 공공적 역할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은행은 사실상 준공공기관 성격을 가진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으며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금리 국면에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 여론도 여전히 강합니다. 정치권에서는 서민금융 확대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소상공인 지원 등을 은행권에 지속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의 후임으로 윤종규(왼쪽))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윤종원(오른쪽) 전 기업은행장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권 대변할 힘 있는 인물 필요"
 
은행권에서는 공적 역할 요구만 커질 뿐 숙원사업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습니다. 은행권은 그간 △가상자산 사업 진출 허용 △비금융업 진출 확대 △금융업 규제 완화 △금융당국의 제재 방식 개선 등 규제 완화를 꾸준히 건의해 왔습니다.
 
가상자산업 진출 허용은 은행권의 미래 먹거리 사업입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은행들은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제공과 예치금 관리, 자금세탁 방지 등에서 적극 협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행 금융업법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사업 활동이 은행의 본업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비금융업 진출 확대도 지난 몇 년간 지속돼 온 은행권 숙원사업 중 하나입니다. 은행권은 현재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과 비금융을 자유롭게 융합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은행은 산업 간 진출이 제도적으로 제한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은행권은 유통·운수·여행·ICT 등 비금융 분야를 부수 업무로 폭넓게 인정해 달라는 입장입니다.
 
또한 국내 은행의 투자일임업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돼 있고, 신탁업 역시 일부 금전신탁 상품에 한정돼 있습니다. 은행권은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고객에게 통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미국처럼 은행이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0년간 은행연합회장을 맡은 인사를 보면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을 거쳤던 인사들이 주로 맡아왔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금융당국 수장 출신 인사나 국회의원 출신 등 영향력 인물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친정부 인사가 하마평에 오를 때마다 관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는데요. 그에 비해 이재명정부는 인사 개입 면에서는 과거보다 관여도가 낮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불만은 여전합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정부 요구에 맞춰 상생금융과 정책 지원에 계속 협조하고 있지만 정작 업권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규제는 사실상 풀린 것이 거의 없다"며 "차기 은행연합회장은 금융당국과 정치권을 상대로 업권 논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민간 금융협회장에 민간 출신이 와야 한다는 상징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부와 업권 사이에서 사실상 ‘방패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관료든 민간이든 결국 핵심은 정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영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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