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이수정 기자] 정부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개편을 통해 부동산 세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재설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행 제도가 실제 거주 여부와 별개로 장기 보유 자체에도 상당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면서 비거주 보유 수요와 시장 왜곡을 키웠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단순한 세 부담 강화가 아니라 실거주 중심 시장 구조를 유도하는 방향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현재 1가구 1주택자는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총 80%까지 양도세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현행 제도는 장기 보유에 대한 세 부담 완화 취지가 있지만,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보유 기간만으로도 상당한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서울 핵심지에 집 한 채를 보유한 채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비거주 1주택자 역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정부와 여권은 제도 손질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주택소유통계 기준 2024년 서울 전체 약 274만 가구 중 타 지역 거주자가 보유한 주택은 80만 가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전문가들은 거주 중심 개편이 실수요 중심 시장 재편과 매물 유도 측면에서 일정 부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 자체가 갭투자보다 실거주 중심 시장으로 가겠다는 기조”라며 “장특공 역시 보유 중심보다 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는 단기간 내 신규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기존 주택 매물 출회가 중요하다”며 “다주택자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비거주 1주택자 일부까지 매물 유도를 확대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선임연구원은 “거주 요건을 강화하면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 방식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절세 전략이 거주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실거주 목적 수요가 강화되는 흐름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시내 부동산 전경. (사진=뉴시스)
절세 목적 매출 증가 예상…“전문가 정교한 설계 필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장기 실거주 유도 측면에서 개편의 순기능을 강조했습니다. 송승현 대표는 “주택 순환 주기가 짧을수록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거주 중심 장특공제는 단기 투기 수요를 줄이고 장기 실거주를 유도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장특공제 개편이 장기적으로 거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시행 전에는 절세 목적 매물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옵니다.
양지영 전문위원은 “제도 개편 과정에서 일정 기간 유예가 주어진다면 시행 이전 매물 출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조정되거나 보합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향후 시장 방향은 장특공제 개편뿐 아니라 금리와 추가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핀셋 규제 방식의 예외 적용에 대해선 현실적 어려움도 제기됩니다. 양 전문위원은 “직장 이동이나 부모 봉양 등 실수요 예외 기준을 명확히 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예외 규정은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어 정책 설계 과정에서 상당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보유 공제를 줄이고 거주 공제를 강화할 경우 12억원 초과 고가주택 장기 보유자, 특히 고령층 중심으로 절세 목적 매물이 일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12억원 이하 주택이나 거주를 병행할 수 있는 1주택자는 매도보다 거주를 통한 절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편 과정에서 시장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직장 이동, 자녀 교육, 부모 부양, 임대차 계약 등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힙니다.
시장 반응을 둘러싼 전망도 엇갈립니다. 비거주 보유 수요를 줄여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핵심지 거주 요건이 강화될 경우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윤지해 선임연구원은 “거주 요건이 강화되면 선호 지역에서는 실거주 수요가 몰리면서 매물이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핵심지는 더 강세를 보이고 외곽지는 약세를 보이는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장특공제 개편의 핵심은 실거주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시장 왜곡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입니다. 실거주 중심 원칙을 강화하되, 시장 충격과 실수요자 부담을 최소화할 보완책 마련이 향후 제도 개편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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