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원재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을 겪었던 석유화학업계에 숨통이 트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나프타 수급 안정을 위해 공급국과의 외교 협의와 업계 재정 지원을 병행하면서 수급 불안이 일부 완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업계도 생산 정상화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에서 나프타 가공 설비들이 가동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공장 가동률을 잇따라 높이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은 중동 전쟁 이후 73% 수준으로 유지하던 가동률을 최근 83%로 10%포인트 상향 조정했습니다.
울산의 대한유화 역시 지난 28일 NCC 가동률을 62%에서 72%로 높였습니다. 여수산단의 여천NCC도 최근 공장 가동률을 기존 60% 수준에서 65%까지 상향했습니다. 지난 10일 55%에서 60%로 올린 데 이어 약 2주 만에 추가 조정에 나선 것으로, 이달 들어서만 가동률을 10%포인트 끌어올린 셈입니다.
이 같은 가동률 상승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정부는 원료 대란을 막기 위해 나프타 수입단가 상승분의 최대 50%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업계의 원가 부담 완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총 6744억원 규모의 나프타·액화석유가스(LPG) 등 수입단가 차액 지원이 이뤄진 상태입니다.
또 정부는 강훈식 비서실장 등을 카자흐스탄과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주요 에너지 공급국에 파견해 원유와 나프타 물량 확보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나프타 약 210만톤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는 5월부터 중동 전쟁 이전 대비 85~90% 수준의 나프타 확보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심리적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과 발맞춰 대응함과 동시에 고부가 중심 사업 구조 개편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가동률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입니다. 석유화학업계는 전쟁 이전부터 공급 과잉과 시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였습니다. 여기에 나프타 가격 상승분의 50%를 지원받더라도 나머지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업체 몫으로 남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전쟁 전 톤당 640달러 수준이던 나프타 가격은 전쟁 이후 3월 말 기준 톤당 1029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상승분 389달러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더라도, 업계의 실질 부담 가격은 톤당 약 835달러로 전쟁 전보다 여전히 195달러가량 높습니다.
이에 따라 전쟁이 장기화되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스팟(단기 거래) 시장에서 나프타를 조달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수 공급 안정화와 필수 제품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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