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선한 선례를 만드는 일을 주저하지 말자
2026-03-03 06:00:00 2026-03-03 06:00:00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다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선원 24명 중 2명의 필리핀 선원만 가까스로 탈출했고, 내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한 22명은 배와 함께 3500미터 심해에 가라앉았다. 지난 2019년 2월, 우리나라 최초로 심해 수색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배는 72조각으로 부서져 있었고, 조타실에 유해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정부의 미숙한 계약으로 인해 심해 수색 업체는 유해를 수습하지 않은 채 블랙박스 1개만 회수해 철수했다. 블랙박스는 업체가 잘못 관리해 파손되었고, 중요한 데이터는 추출하지 못했다. 
 
그 뒤 매년 2차 심해 수색을 위한 예산 편성을 요구했지만, 정부 특히 기재부(현 기획예산처)의 반대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생명 안전을 강조하는 이재명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하반기에는 보다 치밀한 2차 심해 수색 준비를 위한 ‘기술TF 구성’ 예산을 요구했지만, 역시 기재부의 반대로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구상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민간 사고에 대해 정부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선례를 만들면 나중에 곤란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랑스에서는 해심 3900미터에 가라앉은 에어프랑스 447 여객기 심해 수색에 나서서 유해를 수습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그때가 2011년이었다. 51년 만에 침몰한 잠수함을 심해 수색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1980년 9월에 일본 바다에 침몰한 더비셔호에 대한 심해 수색을 세 차례나 실시해 침몰 원인을 밝힌 뒤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비를 2018년에 세웠다. 정부가 나서서 끈질기게 수색을 벌여서 잘못 규명된 진실을 끝내 밝혀냈다.
 
이들 나라의 경우 공무수행 중 사고가 아니더라도 민간 항공사와 선사가 운항 중에 침몰한 사고에 대해서 정부 예산을 들여가면서 심해 수색을 해냈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안전을 위한 대책들이 더 촘촘하게 짜여졌고, 그 결과로 비극적인 참사는 매년 줄어들었다. 
 
스텔라데이지호 유족들이 지난 2019년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 수색을 위한 100억원의 예산이 정부의 반대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되었다며 국가의 향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에 헝가리 다뉴브 강에서 침몰한 여객선에 탑승했던 우리나라 여행객들의 시신 수습 등을 위해서 구조단을 급파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또 올해에는 1980년에 강릉에서 침몰한 해경 72정의 인양을 위해서 예산 편성을 하고 인양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왜 스텔라데이지호의 경우에만 비용을 문제 삼고,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2차 심해 수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일은 많다. 유해를 수습해서 10년째 미루고 있는 장례를 해주고, 남아 있는 블랙박스를 회수해 정확한 침몰 원인을 밝히는 일은 이후 해양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중요한 전기를 만들 것이다. 아울러 심해 수색 기술을 확보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6월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 2차 심해 수색으로 유해까지 수습하는 국가의 선례를 만들 수는 없을까. 내년 10주기에는 스텔라데이지호 2등 항해사 허재용씨의 가족들이 유해를 인수받아 장례를 치르고 유가족이 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거듭해서 묻는다.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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