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거부에도 강행…LX, 계열사 ‘부실 떠넘기기’ 의혹
유리사업 인수한 LX글라스, 적자전환하고 채권부실화
“대손 우려에 인수 거부했으나, 지주사 중재로 도장”
대손충당금 쌓인 LX하우시스 협력사 대여금 배경 지목
2026-03-03 06:00:00 2026-03-03 06:17:27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LX하우시스가 LX글라스에 부실 유리사업을 떠민 정황이 재무상 이상 징후와 관계자 제보를 통해 포착됐습니다. LX글라스가 적자 날 것을 우려해 유리사업 양수를 거부했었지만, LX홀딩스가 관여해 인수합병(M&A) 의사결정을 주도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재계에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특정 계열사의 희생을 강요하는 배임 사건이 반복됐는데, 비슷한 의혹이 번지는 정황입니다.
 
2일 금융감독원 공시 및 복수의 관계자 등에 따르면, 2023년 LX글라스와 LX하우시스 간 유리사업 양수도 협상 과정에서, 애초 LX글라스는 자산 인수를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리사업 울산공장에서 적자가 났고, 부실채권도 많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LX홀딩스가 중재에 나섰습니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LX글라스는 지금 터진 (LX하우시스)협력사 분쟁 등 유리사업에 부실채권이 많아 안 받는다고 했었다”면서 “받는 순간 대손이 엄청날 것 같다며 거부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그러자 지주사(LX홀딩스)가 나서 미수 채권이 이만큼 쌓인 게 맞냐며 상황을 파악했다”며 “논의 끝에 대여금 방안을 만들어서 (양수도 계약에) 도장 찍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래서 유리사업을 넘겼으면 끝나야 하는 건데, LX하우시스 내 LX글라스와 계속 협의하는 직원 4명 정도의 유리 파트(조직)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이는 앞서 <뉴스토마토>가 보도(2월12일자)한 LX하우시스 대여금 논란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협력사의 공사 지원 명목으로 집행된 대여금은 현재 대부분 대손충당금이 쌓여 부실채권임이 드러났습니다.
 
‘영업권 0원’의 깡통 인수
 
결국, 양수도는 LX글라스가 유리사업에 대한 영업권을 한 푼도 안 주는 인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LX글라스는 인수 목적을 ‘사업 경쟁력 제고’라고 밝혔지만, 정작 미래 사업 가치에 대한 웃돈을 전혀 주지 않았습니다. 유리사업 인수가격분배(PPA)표에선 식별 가능 순자산과 이전 대가가 일치해 영업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인수 후 적자와 자산 손상이 불거져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협력사 간 대여금 문제를 떼어냈는데도 적자 사업을 떠안은 부담이 노출됐습니다. 인수 당시 LX글라스 매출의 53%나 됐던 유리사업은 몸집만 컸지 적자를 내고 있었고 전망도 어두웠습니다.
 
부실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LX글라스가 인수한 유리사업 중 유형자산에선 이듬해 곧바로 손상차손(2억여원)이 발생했습니다. 유리사업 중 80억원 정도에 인수한 재고자산 등에선 평가손실이 생겼습니다. 2023년 약 8억8000만원이었던 전체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이 2024년 25억6000만원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내부거래가 급증하고 매출채권 손상 규모가 커져 부실 재고자산을 손상 처리한 의혹을 낳습니다. LX글라스의 내부거래 매출은 대부분 LX하우시스 및 그 종속기업에서 일어났습니다. 해당 계정은 2023년 265억원에서 2024년 1155억원까지 급증(335.8%)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거래로 인한 매출채권은 거꾸로 227억원에서 193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매출채권 대손상각(유동)은 2023년 1억2000만원에서 2024년 3억2000만원으로 커졌습니다. 2024년에 1억4000만원 제각도 발생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채권 규모가 20.9% 줄어드는 와중에 대손상각비는 오히려 166.7% 폭증했습니다. 자산 덩치는 작아졌지만 부실 농도는 2.6배 짙어진 셈입니다. 2024년 상각비와 제각 합쳐 총 4억6000만원의 손실은 기초충당금 대비 80.7%나 됩니다. 기존에 예상했던 부실보다 훨씬 큰 규모의 폭탄이 단 1년 만에 터져 나온 셈입니다. 보통 매출채권 잔액이 줄어들면 대손 발생 가능성도 줄어 상각비가 낮아지는데, 이를 역행했습니다.
 
결국, LX글라스는 유리사업을 인수한 이듬해 결산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당기순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LX글라스는 “손상차손, 재고평가감, 대손상각 등은 기말결산 시 자산의 실재성 및 공정가액을 평가 확정한 것으로 코팅유리 사업 인수와 관련성 없다”며 “재고자산 충당금도 건축 경기 불황에 따른 유리 시장 원판유리 판가 급락 및 매출 부진에 의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불황은 양수도 당시 이미 예측됐던 부분으로, 이는 인수를 거부할 유인이었습니다. 인수는 2023년 9월 말 이뤄졌습니다. 경쟁사인 KCC글라스는 그해 3분기 보고서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건설 수주가 감소하고 착공 면적이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민간에선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부실 재고는 적자 공장 인수 탓”
 
더욱이 인수 자산엔 적자 사업이 포함돼 있어 부실을 떠안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통상 적자 사업부라면 향후 발생할 손실과 복구 비용을 고려해 돈을 더 얹어주고 넘기거나(매수차익) 자산가치보다 싼 가격에 팝니다. 관계자는 “유리사업 중 울산공장을 가져갔는데 거기에 로이유리 설비가 있고, 그게 적자였다”며 “공장을 너무 크게 지어 가동률이 떨어지고 감가상각비만 나가고 적자 나는 걸 LX글라스가 안고 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울산공장에서 적자가 났던 사실은 복수의 관계자가 확인해 줬습니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LX하우시스의 울산공장을 포함한 국내외 건축자재 공장 평균 가동률은 59.7%였는데, 매각 직후인 연말 63.8%까지 올라갔습니다.
 
LX글라스가 유리사업 탓에 부진해지자, 그룹 내부에선 경영진에 대한 불만도 커졌습니다. 관계자는 “애초 3000억~4000억원 정도 평가됐던 LX글라스를 (LX인터내셔널이) 6000억원에 샀을 때도 왜 이렇게 비싸게 샀는지 직원들이 이해를 못 했다”며 “그룹 최우선 과제가 상속이라 주가를 누르고 배당을 엄청나게 하는 게 아니냐고 직원들이 의심한 이유”라고 했습니다.
 
공교롭게, LX인터내셔널은 LX글라스 및 유리사업 인수 이후 주가는 내려갔습니다. 2022년 12월29일 5일 이동평균선은 3만9590원에서 2025년 2월28일 2만7350원으로 하락했습니다. 2025년 2월 LX홀딩스는 이사회를 열고 그해 10월 말까지 LX인터내셔널 주식 122만주를 약 321억원에 장내 취득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지주사의 LX인터내셔널 보유 지분은 2025년 초 24.69%에서 3분기 말 27.47%까지 상승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가 하락기는 LX홀딩스가 지주사 요건을 저렴하게 충족할 기회가 됐습니다. 지주사의 상장 자회사 최소 보유 지분율은 30%입니다. 다만, 기존 지주사는 소급적용 배제돼 LX인터내셔널에 대한 LX홀딩스 보유 지분은 그에 미달했습니다. 하지만 소급 배제는 신규 편입이나 계열 외 합병, 계열 이동 등 지배구조 변경 시 즉시 해제됩니다. 또 새 정권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지주 행위 제한 규정 강화 방침을 밝혀왔습니다. 지분 확충 유인이 남아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의구심 섞인 주가 흐름에 대해 정부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사주 의무 소각 3차 상법 개정안에 이어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후속 입법을 국회에 당부했습니다. 이 법안은 주가가 순자산가치의 8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상장주식이라 하더라도 비상장주식처럼 자산과 수익 등을 고려해 순자산가치 80%를 하한선으로 상속세나 증여세 부과 재산가액을 정하도록 합니다.
 
이 법을 대표발의한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법안에서 “최대주주는 통상적으로 해당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루어지는 기업들의 경우 사업적 목적 외의 석연치 않은 계열사간 주식매매 및 유상증자, 합병, 분할 등을 통해 주가 저평가를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아오곤 한다”며 “결국 한국 시장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1미만의 저평가 주식이 넘쳐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LX홀딩스와 LX하우시스는 이러한 보도 내용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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