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전라남도 신안군이 2월27일부터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을 시작했지만, '주민 동의 없는' 피해보상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피해보상금을 일반 세입으로 편성해 기본소득 지급 등에 활용하기 위해선 피해보상금 대상에 해당하는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신안군은 그런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였던 겁니다.
신안 햇빛·바람 연금 사업은 이재명 정부의 국부펀드 1호 투자처로 선정될 정도로 정부의 관심 대상이기도 합니다. 신안군은 이 사업에서 나오는 발전 이익을 2029년 하반기부터 전 군민에게 나누겠다는 입장입니다. 정부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사업 추진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2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신안군은 지난해 10월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창출해 기본소득 재원을 조성하고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신안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신청서 및 예비사업계획서'에 제출했고, 일주일 뒤인 20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됐습니다.
본지가 신안군이 농림부에 낸 계획서를 확보해 살펴보니 신안군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이 올해는 135억원, 2027년엔 305억원, 2028년엔 745억원 등 매년 확대·창출이 가능하다고 적었습니다. 신안군이 말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이란 '신안군 햇빛·바람 연금'을 가리킵니다. 햇빛·바람 연금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 조성에 따른 경관 훼손, 생활권 침해 등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발전 수익 일부를 주민에게 환원하는 제도입니다.
전라남도 신안군 섬 지역 전경. (사진=뉴시스)
그런데 문제는 기본적으로 햇빛·바람 연금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 등 사업과 관련해 피해가 발생한 주민에게 피해를 보상해 주는 '피해보상금' 성격이라는 겁니다. 지방재정법상 피해보상금을 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세외수입(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조세 이외의 방법으로 벌어들이는 자체수입)으로 편성해야 합니다. 특히 피해보상금을 일반 세입으로 돌려 쓰려면, 대상 주민들이 '보상금을 신안군에 자발적으로 기부할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제5조 2항 1호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 기관·공무원 그리고 국가, 지자체에서 출자·출연하여 설립된 법인·단체는 원칙적으로 기부금품을 모집하거나 접수할 수 없습니다. 사용 용도와 목적을 지정하여 자발적으로 기탁하는 경우로서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기부금품은 예외적으로 접수가 허용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신안군 내부에서도 햇빛·바람 연금을 통한 재원 마련은 애초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나왔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안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재원의 실질이 주민 개인에게 귀속되어야 할 피해보상금이라면, 이를 지방자치단체 일반 세입으로 편성하는 것은 신중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형식적 기부 결의만으로 실질적 권리관계를 변경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신안군이 햇빛·바람 연금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계획해 놓고도 아직까지 주민들의 동의를 다 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에 선정되는 데만 급급해 최소한의 행정적 절차도 무시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신안군청 측은 "우리 군은 기본소득 재원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금을 활용하기 위해서 당시 신재생에너지 주민군협동조합에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조합으로부터 '재원 의향서'를 제출받았다"면서 "사업 선정 이후에도 해당 내용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주민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으며, 현재 조합별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동의서' 날인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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