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12·3 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안 표결이 조직적으로 지연·방해됐다는 의혹을 수사해 온 내란특검이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의 잇단 조사 불응에 가로막혀 사실상 돌파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특검이 강제력을 높이겠다며 꺼내든 '공판 전 증인신문'마저 연쇄 철회되면서, 수사의 핵심 참고인으로 지목됐던 지도부급 인사들의 직접 진술 확보는 끝내 무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인사들의 '버티기' 전략 속에서 특검의 수사가 무력화된 겁니다.
내란특검이 들여다보고 있는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은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와 원내 핵심 인사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계엄 해제 표결 참여에 자당 의원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조직적으로 움직였는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비상계엄 당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번 바꾸면서 계엄 해제 표결을 고의로 방해했다는 의혹 수사가 진행됐지만, 일부 인사들의 공판 전 증인신문 거부가 지속되면서 특검이 이를 모두 철회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6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참고인 소환→불응→증인신문 철회
이 사건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 주도로 의원총회가 소집됐다가 여러 차례 장소가 바뀌고, 그 사이 일부 의원들의 표결 참여가 지연됐다는 정황에서 출발했습니다. 내란특검은 계엄 해제 요구 표결이 이뤄졌던 당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뤄진 의원총회 소집과 장소 변경, 표결 참여 지연 과정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경태·김예지 의원 등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실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해 대다수 의원들은 참고인 조사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특검은 한 전 대표에 대해 일반 참고인 소환에 이어 공판 전 증인신문까지 청구했지만, 송달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법원이 여러 차례 기일을 지정했지만 '폐문부재'로 송달이 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증인신문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특검은 결국 지난 5일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 청구를 철회했습니다.
현역 의원에 대한 절차도 같은 결말로 이어졌습니다. 특검은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12·3 계엄 당시 국민의힘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지만, 그는 지난 약 3개월 동안 다섯 차례의 증인신문 기일이 모두 불참했습니다.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절차는 매번 공전했고, 특검은 8일 서 의원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 청구까지 철회했습니다.
서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으로, 강제구인을 위해서는 국회 체포동의안이라는 정치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특검 내부에서도 체포동의안까지 받아 강제로 불러도 끝까지 진술을 거부하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국 특검은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한동훈 전 대표와 서범수 의원 모두에 대해 직접 조사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못한 채, 공판 전 증인신문이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접게 된 상황입니다. 내란특검의 수사 기한이 오는 14일로 얼마남지 않아, 해당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 앞에서 무력해진 강제 수단
내란특검이 공판 전 증인신문에 기대를 걸었던 배경은 분명했습니다. 일반 참고인 소환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출석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 공판 전 증인신문은 법원이 개입하는 절차로 일정 부분 강제력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송달부터 성립되지 않아 절차 자체가 시작될 수 없었고, 현역 국회의원을 강제구인 하기 위해선 반드시 체포동의안을 거쳐야 했습니다. 설령 이런 관문을 모두 통과해 증인이 법정에 서더라도, 진술 거부에 대한 실질적 제재 수단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위증은 처벌 대상이 되지만,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모른다는 식의 진술 거부는 법적으로 방어가 가능합니다.
의혹의 정점에 선 인물들의 직접 진술이 빠지면서 특검은 앞으로도 기존 수사와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해 고의성과 공모 여부를 우회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고의와 공모를 직접 입증할 진술이 빠진 상태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같은 중대 혐의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이번 수사는 정치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에서 형사 절차의 강제력이 얼마나 쉽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됩니다. 현역 의원 신분, 체포동의안 절차, 공판 전 증인신문의 낮은 실효성, 송달 실패 문제가 맞물리면서 사실상 '버티면 된다'는 사례로 읽힙니다.
특정 사건에 대해서 단기간 내 수사력을 집중하기 위해 만든 게 특별검사 제도인데, 특검조차도 공판 전 증인신문에 관한 제도적 한계를 넘지 못한 겁니다. 내란특검은 결국 계엄 해제 표결 방해라는 중대한 의혹을 핵심 당사자의 직접 진술 없이 법정에 올릴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부담만 안게 됐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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