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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된 생명보험 시장…"올해도 험로"
주력상품 변액보험 수입 30% '뚝'
고물가로 소비 위축…상품 수요 감소세
2023-03-22 06:00:00 2023-03-22 07:46:59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지난해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실손보험 등 손해율 개선에 힘입어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생명보험사는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변액보험 판매가 감소하고 투자에 따른 이익도 줄어든 탓입니다. 올해도 생보산업에는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금리 환경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경기가 어려워 생명보험 상품에 대한 수요도 낮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이 21일 발표한 보험회사의 2022년 경영실적(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험회사(생보사 23개, 손보사 31개)의 당기순이익은 총 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손보사와 생보사의 명암은 엇갈렸습니다. 손보사는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26.6% 증가한 5조4746억원을 기록한 반면 생보사는 6.0% 감소한 3조7055억원에 그쳤습니다. 단순히 지난해 올린 당기순이익 실적만 놓고 봐도 생보사는 손보사에 뒤쳐졌습니다.
 
손보사와 생보사의 운명을 가른 것은 투자영업이익이었습니다. 지난해 손보사는 투자영업이익으로 9조905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5.4% 이익이 증가했습니다.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로 손보사의 투자영업이익이 개선된 것입니다. 그러나 생보사는 금융자산 평가·처분이익 감소 등으로 투자영업이익이 악화했습니다.
 
지난해 생보사의 투자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5.6% 감소한 22조9709억원이었습니다. 금융자산 평가·처분이익이 감소하며 악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 상품은 손해보험 상품에 비해 보험 유지 기간이 길기 때문에 생보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산 민감도가 높고 장기적"이라며 "고수익이 발생하는 고위험군에 투자하기 어려운 동시에 기존 금융자산의 평가 손해는 크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투자 수익이 감소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특히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보험사의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생보사의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은 전년 대비 36조8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손보사도 12조7000억원 감소했으나 감소 규모는 생보사가 더 컸습니다.
 
지난해 보험사의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생보사의 주력 상품군인 변액보험은 되려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2022년 생보사의 수입보험료는 32조 68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조 1379억원(10.1%) 증가했습니다. 저축성(39.2%↑)·퇴직연금(15.5%↑)·보장성(2.7%↑)보험은 판매가 증가했지만 변액보험(30.3%↓)은 대폭 쪼그라들었습니다.
 
같은 기간 손보사는 수입보험료로 120조 1108억원을 거둬들이며 전년 대비 12조 4213억원(11.5%) 증가하는 실적을 나타냈습니다. 장기(5.0%↑)·자동차(2.4%↑)·일반보험(10.0%↑) 및 퇴직연금(46.2%↑) 등 전종목에서 원수보험료가 고르게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올해도 지난해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도 여전합니다. 경기 침체도 이어지고 있어 생명보험 상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대내외 경제·금융환경의 변동성 및 불안정성 확대 △인플레이션 장기화 △소비여력 위축 등의 제약요인으로 생명보험의 신규가입이 감소할 것이라 봤습니다. 기존계약 해지도 이어져 전반적으로 생보산업의 성장성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험연구원 역시 종신보험의 수요가 악화하며 생보사의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도 올해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변액보험 역시 초회보험료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변액저축성보험은 금융소비자들이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계속보험료가 감소해 수입보험료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금융연구원은 대내외 금융시장환경 불안정성도 여전히 커, 저축보험과 변액보험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동시에 보증준비금 부담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채권 처분이익은 감소하며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정체하거나 저하될 공산이 큽니다.
 
다만 생보업계에서는 대체투자를 늘려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금리 상황에서 새 회계기준을 맞이하며 부채가 줄어든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생보사 관계자는 "생보사의 투자는 대체로 안정적인 국고채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을 많이 내기도 어려운 것이지만, 채권 금리가 안정됐다"며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대체투자를 적극 활용해 수익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전히 금리가 높고 올해부터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가 도입되면서 장기 상품 위주인 생보사의 경우 부채할인 효과가 크다"고 긍정적인 기대를 전했습니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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