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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 규제 완화' 땜질 처방…"자본확충 유도해야"
당국, 보험사에 당근책…LAT 잉여금 자본 인정
"건전성 지표 파악에 혼란 올수도"
2022-06-14 06:00:00 2022-06-14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금융당국의 지급여력(RBC) 비율 규제 완화로 보험사들의 숨통이 다소 틔였지만, 땜질식 처방이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자본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데, 채권발행·유상증자 등으로 자본확충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재무건전성 위험에 시달리는 보험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에서 발생하는 잉여액의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6월 말부터 보험사들의 RBC 비율 산출 때 LAT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가용자본으로 가산할 수 있게 된다. 
 
RBC는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비율로, RBC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이 경영개선 권고를 내린다. LAT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인 IFRS17 본격 시행 전 보험회사에 적응기간을 부여한다는 차원에서 결산시 시가평가 부채를 산출해 원가평가 부채보다 클 경우 차액을 추가 적립하도록 한 제도다.
 
최근 보험사들은 금리 상승으로 보유 채권(가용자본) 가격이 떨어지고 RBC 비율도 낮아지면서 자본건전성 하락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보험사들의 RBC비율은 대부분 하락했다. 대표적으로 DGB생명은 84.5%로 법상 규제 한도인 100%를 하회했으며, 농협생명은 131.5%로 지난해 말보다 79%p 하락했다. 한화손해보험(122.8%)과 DB생명(139.14%), 흥국화재(146.65%) 등도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밑돌았다. 
 
금융위는 현재 RBC 제도는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금리 상승 시 채권의 평가손실이 가용자본 감소로 이어지지만, 이번 개선안을 적용하면 금리 상승에 따른 실질 보험부채 감소분이 가용자본 증가에 반영돼 RBC 비율 하락을 완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리 인상 추세가 이어지면서 보험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IFRS17 본격 시행 전 보험사의 부담이 갑자기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의 이번 구제안으로 DGB생명 등 RBC 비율이 크게 하락한 일부 보험사들의 지표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험사에게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건전성 수준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함께 나온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미국의 빅스텝이 한번 더 오면 또다른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임시방편적으로 자본 규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보험사들이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바꾸든지 해서 내년 IFRS17 도입에 대응해 충실히 자본금을 쌓고 제반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자본여력이 낮은 보험사에 대해서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확충을 적극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RBC 규제 완화 적용과 별개로 보험사들의 자구노력을 통해 자본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부터 보험사의 리스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될 예정인 만큼 금융당국도 계량영향평가를 지속해 자본여력이 낮은 보험사에 대해서는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을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RBC 하락은 금리 상승에 따라 보험업권 전반에 나타난 현상으로, 시장안정 차원에서 바로 잡은 측면이 있다"며 "다만 상대적으로 자본구조가 취약한 회사에 대해서는 자본확충을 유도하는 등 보완 장치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제도상 잉여액의 40%를 지급여력(RBC) 규제상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사진은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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