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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시즌2’하면 틀니 각오해야죠”
2008년 최악의 시절 ‘오징어 게임’ 구상…“10여 년 뒤 공감 얻을 줄 몰랐다”
“넷플릭스 아니면 불가능했던 얘기, 국내 콘텐츠 시장 금기 깨 나가고 있다”
2021-09-29 01:18:00 2021-09-29 01:18: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08년쯤이다. 정말 어려웠다.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생활비 조차 가져다 줄 여력이 되지 못했다. 빚은 늘어만 갔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면목이 서지 안았다. 하지만 그때도 배운 게 도둑질이었다. 그 어려운 시기를 얘기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묘한 얘기다싶었단다. 하지만 이 얘기를 실체화시킬 시장이 존재할까 싶었다. 너무 황당하긴 했다. 너무 잔인하긴 했다. 그리고 너무 비현실적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 얘기를 잠시 덮어뒀다. 그리고 다른 작품을 준비했다. 이대로 쓰러질 순 없었다. 그리고 그의 손을 통해 나온 게 바로 충무로 최고의 문제작 도가니였다. 충무로에 제대로 이름을 새기게 된 계기다. 그리고 몇 년 뒤 생각지도 못한 히트작을 남겼다. 전작 도가니와는 전혀 다른 코미디 수상한 그녀. 무려 866만 관객을 동원했다. 몇 년 뒤에는 실화 사극 남한산성을 들고 컴백했다. 도저히 앞선 두 작품을 만든 감독의 신작이라곤 떠올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신작을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영화 시장이 위축됐다. 영화 시장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넘어 온 세상이 지옥이 됐다. 자신이 몇 년 전 마침표를 찍었던 그 얘기가 떠올랐다. 이게 가능할 듯싶었다.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다.
 
황동혁 감독. 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에서 K콘텐츠를 서비스한 이후 최초로 글로벌 1위에 오른 오리지널 시리즈다. ‘킹덤이 신드롬을 일으킬 때 코리안 갓이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젠 오징어 게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속에 등장한 여러 소품과 게임 등이 국내는 당연하고 해외에서 상상을 초월한 인기와 관심을 끄는 원동력으로 작용 중이다. 황동혁 감독은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죠. 창작자 입장에선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영광 아닐까 싶어요. ‘킹덤이 인기를 끌 때 이 정말 화제였잖아요. 저희 내부에서도 처음 촬영 준비를 할 때 뭐가 인기를 끌까농담처럼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달고나 상품 특허를 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웃으며 했는데. 그 농담이 현실이 됐잖아요. 너무 감사하고 꿈꾸는 것 같아요. 처음 제작할 때도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했고, 가장 한국적인 우리 얘기가 세계적인 호소력이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는 했었죠.”
 
어느 누군가에게 이 얘기가 만들어졌어도 놀랄 수 밖에 없는 충격적인 얘기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이른바 데스 게임을 벌이는 과정이다. 승자는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지만 패자는 죽음을 맞이한다. 상상 만으로도 충격적이고 기괴한 이미지만 떠오르게 된다. 황동혁 감독이 2008년부터 구상해 온 얘기다. 황 감독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신의 실제 경험이 투영된 얘기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넷플릭스
 
“2008년도가 저한테는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특히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었죠. 그 당시 감정과 상황을 시나리오에 투영시켰는데 그게 오징어 게임초안이었죠. 당시에는 너무 현실감이 떨어지는 얘기였는데 10여 년이 지나면서 이런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 너무 어울리는 세상이 된 게 안타깝죠. 주식과 코인 열풍 속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게임 소재가 전 세계인들에게 공감을 얻게 된 거죠.”
 
오징어 게임속 등장하는 6개의 게임도 눈길을 끈다.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게임들이다. 물론 어린 시절 우리가 놀던 게임이 6개만 있던 것은 아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만들면서 6개의 게임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했다. 놀이에 따라서 스토리가 힘을 얻고 그 안에서 관객들이 공감을 하면서 인물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한 게임의 배치는 이랬다.
 
무조건 첫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어요. 처음 이 얘기를 구상할 때부터 그랬어요. 첫 게임부터 쇼킹한 대학살 그리고 집단 게임이 만들어 내는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을 떠올렸죠. 그리고 반대로 마지막 게임도 무조건 오징어 게임이었어요. 도형 안에서 벌어지는 검투사 대결을 상상했죠. 실제로 어릴 적 게임 가운데 가장 격렬했던 게임이고 인물들의 처절함을 보여주기에도 좋았고.”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넷플릭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6개 게임 가운데 유독 의미를 부여한 게임이 있었다고 전했다. 6개의 게임은 어릴 적 누구라도 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6개의 게임 중 게임이 아닌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징검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 1화부터 9화 가운데 사실 가장 긴장감이 높은 에피소드가 바로 징검다리 건너기가 등장하는 지점이다. 황 감독은 이 게임(?)의 잔인성을 꼭 드러내고 싶었단다.
 
“등장한 6개의 게임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게임이에요. 징검다리 건너기는 사실 게임이 아니잖아요. 근데 오징어 게임에서도 등장하지만 다른 게임과 다른 게 딱 하나 있어요. 이 게임의 승자는 패자의 시체 위에 서 있는 거잖아요. 앞선 사람이 실패를 해야 뒤에 선 사람은 안전한 길을 갈 수 있고. 우리 사회의 구조와도 정말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승자가 아닌 패자들도 기억해야 한단 의미를 담고 싶었죠.”
 
오징어 게임공개 이후 온라인에는 정말 많은 해석들이 등장했다. 참가자가 총 456명인 이유, 우승 상금이 456억인 이유. 게임의 설계자와 주인공 성기훈의 관계. 여기에 옥의 티를 모두 모아 놓은 동영상 등이 넘쳐난다. 황 감독은 일단 웃으면서 인터넷을 잘 안 보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그는 온라인에 넘쳐나는 다양한 해석 중 일부를 바로 잡았다.
 
황동혁 감독. 사진/넷플릭스
 
우선 처음 작품 구상 당시에는 1000명이 참가했고 우승 상금은 100억이었어요. 근데 10년이 지나고 나니 100억이 그리 많은 돈이 아니더라고요. 역대 로또 1등 최고액을 보니 400억 정도 였더라고요. 그냥 기억하기 좋은 숫자로 참가자 456명에 456억으로 정한 거에요(웃음). 게임 설계자인 오일남오징어 게임 일 번 남자란 뜻을 담고 있단 얘기도 봤는데 그건 아니고요. 제 실제 친구 이름이에요. 주인공 성기훈도 친구 이름입니다(웃음). 그리고 옥의 티 가운데 정재씨 도시락 장면은 당시 세트에 먼지가 너무 많아서 그냥 먹는 시늉만 해라라고 했는데 그걸 찾아 내신 걸 보고 너무 놀랐죠(웃음)”
 
오징어 게임특급 비밀 두 가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황 감독은 스포일러 자제를 부탁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배우 두 명이 오징어 게임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획 단계는 물론 제작 중에도 외부로 전혀 출연 여부가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 인물들이다. 바로 이병헌과 공유다. 이병헌은 오징어 게임전체를 주관하는 프론트맨그리고 공유는 오징어 게임참가자를 섭외하는 딱지치기맨으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비밀이 지켜지길 바랐는데 뭐 금방 스포가 될 것이라 생각했죠(웃음). 우선 두 분다 저와 작품을 같이 한 인연이 있죠. 먼저 이병헌씨는 남한산성그리고 공유씨는 도가니에서 함께 했었죠. 작품 끝나고 나서도 꾸준히 연락하고 지냈죠. 출연 제안은 정말 아주 기분이 좋을 듯한 자리를 노렸다가 제가 재빨리 이런 게 있다라고 넌지시 의향을 물었죠. 정말 고맙게도 두 분다 흔쾌히 출연 결정을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해요.”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처음부터 넷플릭스를 생각하고 쓴 것도 당연히 아니다. 처음에는 영화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여기저기서 모두 거절을 당했단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뒤 넷플릭스오징어 게임을 품었다. 사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오징어 게임넷플릭스가 아닌 다음에는 불가능한 콘텐츠였다고 황 감독은 전했다.
 
이 얘기는 지금도 생각해보지만 넷플릭스가 아니면 불가능했어요. 제작비도 많이 들고 얘기도 너무 극단적이었죠. 만들기 전에는 좋아해 주시는 분도 많겠지만 싫어하실 분도 많겠다 싶었어요. 넷플릭스는 형식과 수위 길이 등에서 제한을 두지 않았어요. 제 생각지만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뒤 금기의 영역을 계속 깨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얘기를 만들어 낸 연출자가 된 황동혁 감독이다. ‘오징어 게임시즌2 제작은 이미 기정 사실이다. ‘프론트맨을 연기한 이병헌과 딱치치기맨으로 등장한 공유의 얘기를 다룬 외전을 먼저 선보여 달란 팬들의 요청도 있다. ‘오징어 게임은 잠시 접어 두고 새 작품 구상 또는 해외에서의 러브콜도 있을 것 같다.
 
황동혁 감독. 사진/넷플릭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해외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기는 해요. 뭐 얘기가 오고 간 상황은 아니고요.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못해서요(웃음). 우선 다음 작품은 당연히 구상 중이에요. 영화 쪽이 될 가능성이 클 것 같아요. 한국이나 미국, 어디에서든 가능한 얘기인데 현재 구상 중입니다(웃음). 그리고 오징어 게임시즌2는 글쎄요 하하하. 이게 만들면서 실제로 제가 치아가 6개가 빠졌는데. 시즌2 하면 틀니 낄 각오해야겠네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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