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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보이스’ 김무열 “날 보고 마음껏 분노해 주세요”
“나 조차 아무리 연기지만 때려 죽이고 싶은 마음 든 악인이었다”
은행에서 ‘곽프로’ 이미지 떠올려…“최후모습 대리만족 느껴달라”
2021-09-18 00:00:01 2021-09-18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그의 인간적 본질까지 따져야 할 이유도 없다. 그저 연기일 뿐이다. 하지만 기괴할 정도다. 그는 착한 인물 또는 선한 인물을 연기할 때보다 그 반대편에 존재하는 인물을 연기할 때 더 빛을 발했다. 놀라운 반전은 이거다. 그와 조금이라도 개인적인 인연이 있거나 그를 사석에서 단 한 번이라도 만난 경험이 있다면 그의 악역연기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연기가 아닌 사석에서의 그는 숫기도 없고 부끄러움도 많이 타는 어떻게 보면 소심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예의는 바르다 못해 차고 넘칠 정도다. 하지만 작품 속 인물 속으로 들어가면 그는 전혀 딴 사람이 된다. 데뷔작 작전에서의 비열하고 치사한 증권 브로커배역은 지금도 한국영화 사상 가장 악독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15일 개봉한 영화 보이스곽프로의 악독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악인전’ ‘인랑’ ‘개들의 전쟁등도 마찬가지다. 배우 김무열은 믿을 수 없는 악역 스펙트럼을 보유한 사실상 전무후무한 충무로 원 픽인 셈이다.
 
배우 김무열. 사진/CJ ENM
 
김무열은 장르 불문의 연기 영역을 보유한 배우다. 악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했지만 로맨틱 멜로부터 스릴러 액션 그리고 코미디까지. 이런 배우가 충무로에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김무열이 더욱 더 빛을 발하는 배역은 범죄 장르에서의 악역이다. 김무열의 악역은 색깔로도 설명이 불가능하고 강도에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김무열에게 보이스곽프로는 그저 다른 배역일 뿐이었다.
 
항상 어떤 배역이든 머리로 이해하고 공감을 하면서 몰입하려고 해요. 근데 곽프로는 제가 아무리 넉넉하게 이해를 하려고 해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나쁜 놈이었어요. 전 나름대로 정의롭게 살려고 노력하는 대한민국 시민이에요. 그런데 저 조차도 아무리 연기지만 때려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런 감정과 마음을 배역에 많이 끌어와서 사용한 것 같아요.”
 
김무열이 보이스의 곽프로를 만드는 데 여러 취재를 했지만 일종의 키포인트는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됐다고. ‘이런 나쁜 사람들은 도대체 뭘 어떻게 알고 그럴까싶은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단다. 그런 생각에 사로 잡혀 항상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은행에 갈 일이 있었다고. 은행에서 간단한 업무를 보던 중 직원 분과의 대화에서 고민하던 키 포인트가 풀리면서 시작을 하게 됐단다.
 
배우 김무열. 사진/CJ ENM
 
실제로 보이스피싱은 현재 진행형이잖아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으면 너무 비현실적이었어요. 그래서 고민 중이었는데. 우연히 은행 업무를 볼게 있어서 집 근처 은행에 갔어요. 체크카드 1회 출금액 한도 상향을 위해 갔는데, 해당 금액 한도가 정해져 있는 게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때문이었데요. 그때 갑자기 이때다싶어서 직원 분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면서 해답을 찾아나갔죠.”
 
당시 은행 직원을 통해 하나 둘 취재가 이뤄지면서 김무열은 더욱 더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단다.
자신이 연기할 곽프로가 점점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고. 단순하게 무섭고 소름 끼치는 인물이 어떤 모습에 어떤 느낌을 가진 살아 있는 배역으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점차 곽프로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보이스곽프로가 하나 둘씩 만들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자기만의 왕국에서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인물. 영화에서 보면 곽프로는 콜센터에서 항상 슬리퍼를 신고 다녀요. 그냥 그 공간에선 누구도 내게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걸 아는 거죠. 그리고 아랫사람에겐 하염없이 무섭고 잔인한 사람. 외모는 28 가르마에 폴라 티셔츠 등. 그냥 하나 둘씩 이미지가 그려져 갔어요. 근데 진짜는 이거였죠. 어떤 이미지가 됐든 모두가 날 미워했으면 좋겠다는. 날 통해서 그려질 곽프로의 최후에 모두가 대리만족을 꼭 느끼셨으면 했어요.”
 
배우 김무열. 사진/CJ ENM
 
그런 대리만족은 한서준을 연기한 변요한의 응징을 통해서다. 영화 속에선 사생결단을 해야 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카메라 앞을 벗어나면 둘 도 없는 친한 사이이자 선후배 그리고 서로에게 존경을 보내고 넘치는 애정을 보냈다. 변요한은 카메라 뒤의 김무열의 모습에 곽프로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다정다감한 선배였다고 전했다. 자신이 연기한 곽프로를 죽여야만 사는 한서준역의 변요한은 김무열에겐 이랬다.
 
정말 많은 걸 느끼게 해준 배우였어요. 가장 눈에 띄는 건 상대에 대한 배려였어요. 본인의 연기에 대한 혹은 직업으로서 본인에 대한 존중도 있어요. 배우가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그 마음은 정말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하는 일이 본인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를 대변해주는 행동이잖아요. 전 그렇게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요한이처럼 그렇게 본인을 존중하며 연기에 대한 진중한 마음을 아직도 찾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게 너무 부러웠어요.”
 
남을 속이고 남을 속인 결과로 살아가는 악마 같은 인간 곽프로를 연기한 김무열이다.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속이려고 작정하고 덤비는 상대에겐 먹이감으로 타깃이 된 일반인들은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 ‘보이스피싱조직 총책으로 등장했다. 단순한 연기 한편으로만 그 본질의 모든 것을 알 순 없다. 하지만 궁금했다. 정말 그렇게 하면 진짜 속일 수 있을 것같은지 말이다.
 
배우 김무열. 사진/CJ ENM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어요. 속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 코미디 프로에서도 등장하고 희화화된 면도 강하잖아요. 지금은 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요즘 보이스피싱범죄 녹음을 들어봤어요. 전 제가 이게 보이스피싱이란 걸 알고 듣고 있는대도 순간적으로 헷갈리더라고요. 근데 타깃이 되는 분들 중에 노인 분들이나 사회적 약자 분들이라면 안속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진짜 섬뜩했어요.”
 
그는 보이스보이스피싱 백신영화라고 소개했다. ‘보이스피싱범죄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비밀이 담겨있는 게 사실이다. 이 영화를 보면 최소한 진화되고 있는 이 범죄에 먹이가 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 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모르고 당하는 것보단, 알고서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하는 게 그래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 김무열. 사진/CJ ENM
 
영화 보시면 곽프로의 나쁜 짓에 분노하고 화도 내시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푸시길 바립니다. 더불어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형태를 알아 두시는 것도 진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실 것이라 자부합니다. 요한이의 화끈한 액션에 통쾌함과 재미도 많이 느끼시구요. 그리고 저에겐 마음껏 분노해 주십시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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