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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급등하는 하남·성남·과천…의도치 않은 정책 부작용
강남 가까운 입지, 대기 수요 넘쳐…규제 풍선효과에 전세난 심화
2020-11-03 14:42:25 2020-11-03 14:42:25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전세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남과 가깝고 공공주택 사전청약이 예고된 경기 성남, 하남, 과천 등 일부 지역에서 전세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남과 성남은 전세 오름폭이 가파르고, 과천은 3.3㎡당 평균 전세가격이 경기도 내 최고가다. 
 
임대차3법으로 전세 시장이 불안해진 가운데 강남 지역과 인접한 이 일대로 사전청약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난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정부도 전세 대책 마련이 난제라고 인정한 만큼 단기적인 대안은 나오기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이 일대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란 의미다. 겹겹이 쌓인 규제가 풍선효과를 야기한 탓에 과도한 시장 개입이 전세 불안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성남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가격은 약 1964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9월 평균 1878만원보다 4.6% 오른 금액이다. 하남 아파트 전세 시장도 가격 오름세가 가파르다. 지난달 하남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가격은 1640만원을 기록했다. 전월 평균 1560만원보다 5.12% 상승했다.
 
이처럼 가파른 오름폭은 서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KB부동산 통계 기준으로 서울에서 4%를 넘긴 곳은 서초구뿐이다. 5% 이상 오른 곳은 서울에선 전무하다. 경기도에서도 5%를 넘긴 곳은 성남시 분당구와 광명, 구리뿐이다. 
 
성남과 하남 지역 전세가격의 높은 상승률은 한국감정원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성남시 아파트의 월간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05% 올랐다. 하남시 상승률은 1.35%였다. 경기도 평균 상승률 0.95%를 상회하는 수치다. 
 
‘준강남’으로 꼽히는 과천은 상승률만 보면 성남이나 하남만큼 높지는 않다. 그러나 3.3㎡당 평균 전세가격으로는 경기도에서 가장 비싸다. 과천의 지난달 평균 전세가격은 3.3㎡당 약 2738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송파구보다 높고, 서초구에 근접한 가격이다. 지식정보타운에 청약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부터 수요자들이 전세시장으로 흘러들면서 가격이 오른 상황이다. 
 
이들 지역 곳곳에서는 전세가격이 크게 뛰는 사례도 쏟아지고 있다. 덕풍동에 위치한 ‘하남한솔솔파크’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19일 5억2000만원에 전세거래됐다. 같은 달 7일 전세 실거래가격 5억원에서 2000만원이 뛴 값이다. 이 면적대의 전세 매물은 지난 8월에는 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선동 ‘미사강변 센트리버’ 아파트의 전용 59㎡ 전세매물은 지난달 10일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동일 면적 전세는 9월까지는 대부분 5억원 아래에서 거래가 이뤄졌으나 지난달에는 5억원을 돌파했다. 신장동 ‘대명강변타운’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6억원에 전세거래 됐는데, 9월 실거래가 5억원보다 1억원이 올랐다. 하남시에 거주하고 있는 조모씨(30세, 남)는 “최근 이 일대 전세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라며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도 집주인이 2억원을 올리겠다 해서 자금을 겨우 마련하고 재계약했다”라고 말했다. 
 
성남시도 실거래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원구 금광동 ‘래미안금광’의 전용 83㎡는 지난달 11일 4억1000만원에 전세거래됐는데 전월 실거래가격 3억8000만원보다 3000만원 상승했다. 중앙동 ‘롯데캐슬’ 아파트의 전용 84㎡ 전세는 지난달 22일 5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달 초 가격보다 9000만원 뛰었다. 과천시 원문동의 ‘래미안슈르’ 전용 84㎡도 지난달 9억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되면서 전월 대비 1억원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전세난은 정부 정책과 무관치 않다. 임대차3법 도입으로 전세 시장의 공급이 귀해진 상황에서 사전청약 일정 발표가 의도치 않게 이 일대 전세난을 키웠다. 지난 9월 초 정부는 성남과 하남시, 과천 등에서 공급하는 물량의 사전청약을 내년 하반기부터 진행한다고 공개했다. 사전청약을 신청하려면 해당지역에 거주 중이어야 하고, 본 청약 때까지 거주기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강남과 인접한 성남시와 하남시 물량을 기다리는 수요가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이 일대 전세시장으로 흘러들면서 가격 오름폭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과천 역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남과 하남은 강남과 가깝고 서울로 출퇴근하기 용이하다”라며 “사전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수요가 유입하면서 전세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규제 완화가 따르지 않는 한 이 같은 전셋값 상승은 이어질 전망이다. 저렴한 분양가와 이에 따른 시세차익 기대감을 비롯해 본 청약까지 무주택 자격 유지, 임대차법에 따른 전세 재계약 등으로 수급 불균형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사전청약 시점 이후 상승률이 둔화될 수는 있으나, 본청약 때까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 일대의 전세가격 상승은 꺾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내고 있으나 현재로선 유효한 단기 대책이 많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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