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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머릿돌 "이토 히로부미 친필"…철거 수순 밟나
누리꾼들 "식민지 잔재 철거해야" VS "아픈 역사 간직해야"
2020-10-21 13:58:58 2020-10-21 13:58:58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문화재청이 한국은행 본점 화폐박물관(옛 조선은행 본점) 머릿돌에 새겨진 글씨가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이 맞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현지조사 자문단을 구성해 고증한 결과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오랜 세월 한국은행 문턱을 지켜온 머릿돌이 '식민지 잔재'로 판명되면서 한국은행이 머릿돌 철거 수순을 밟을지 주목된다. 
 
문화재청은 21일 서울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의 '정초(定礎)' 글씨에 대한 현지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1909년 설립된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옛 본점의 머릿돌은 사적 제280호로 지정된 국가 문화재다. 전날 문화재청은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서체 관련 전문가 3인으로 현지조사 자문단을 구성해 현지조사를 시행했다. 조사단은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와 최근에 확보된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에 게재된 이등방문 이름이 새겨진 당시의 정초석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참고했다. 
 
문화재청은 "이토 히로부미의 묵적(먹으로 쓴 글씨)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종합해 볼 때,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정초석 글씨에 대한 고증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문화재의 현상변경을 요청할 여건이 마련되면 철거 신청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문화재청은 한국은행이 현상변경을 신청할 경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적 제280호 '서울 한국은행 본관' 현재의 정초석(위)과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의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 사진/문화재청
 
이토 친필이 확인된 것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철거 찬반 의견이 활발하게 제시되고 있다. 
 
철거를 찬성하는 누리꾼들은 "보존 가치를 떠나서 친일파가 쓴 현판이 우리나라 중앙은행 본관에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런 역사는 사진으로도 충분하다. 치욕스러운 역사는 갈아버려야 한다"는 식의 반응을 내놨다. 
 
반면 "무조건 깨부시는 게 능사는 아니다. 역사의 한부분이고 기억하고 되새기는 게 맞다", "근대 문화역사 다 때려 부숴서 남을 건 하나도 없다", "아픈 역사니까 기억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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