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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맞는 봄'…세월호 '기억의 물결'
세월호 참사로 304명 희생
세월호 유가족 "정부, 세월호 지우기 멈춰야"
2024-04-16 17:09:27 2024-04-16 17:54:16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다시 맞는 '열번째 봄'의 광장에 아이들의 이름이 울려퍼졌습니다. 304명, 한 사람 한 사람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다짐. 남은 사람들은 기억의 끈을 이어 서로 손을 맞잡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되새겼습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 기억식에 맞춰 노란 리본이 그려진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였습니다. 시민들은 저마다 노란 옷과 리본을 매달고 추모식에 참석했습니다.
 
10년이란 시간 앞에 기억식이 익숙해질만함에도 여전히 시민들의 얼굴엔 참담함과 비통함이 가득했습니다. 기억식이 시작되자 모두 고개를 숙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추모를 온 가족들부터 교복차림의 학생, 백발의 어르신까지 그날을 잊지 못한 이들이 한마음으로 모였습니다.
 
세월호 추모 리본. (사진=박한솔 기자)
 
잊지 말아야 할 그 이름…"준우·성호·재욱이…"
 
304명의 희생자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추모식이 아닌 '기억식'으로 불리는 행사는 추모 묵념을 시작으로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 걸어온 10년의 발자취 영상 상영, 1997년생 동갑내기 친구의 기억편지 낭독, 정호승 시인의 10주기 추모시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억식이 시작됐습니다. 경청하던 시민들의 눈에는 일제히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잊지 않을게"라는 가사의 노래가 울려 퍼지자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반복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기억식에 참석한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이민근 안산시장과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도와 인사로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이날 기억식에 참석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304명 한 사람 한사람의 숨결과 얼굴이 남은 우리 모두에게 뚜렷하다"면서 "웃으며 달려올 것 같은 그리운 이들을 가슴에 품고 유가족들은 열번의 가슴시린 봄을 견뎌왔다"면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들은 이제 그만하자고, 잊자고 말하지만 그건 틀렸고, 잊을 수 없다"며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충분히 치유되고 회복될 때까지, 안전과 인권의 가치가 지켜질 때까지 우리는 노력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0년 전 학사일정으로 수학여행 간 아이들과 11명의 선생님을 포함한 304명이 하늘의 별이 됐고, 평범한 시민으로 가정을 돌보는 엄마, 아빠는 갑작스럽게 유가족 신분이 됐다"며 "지난 10년은 가족들에게 고통스럽고, 감내하기 힘든 순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윤 정부는 세월호 지우기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와 국민안전을 챙기는 당연한 책무를 다하길 바란다"면서 "304명이 죽고도 처벌받지 않았던 책임자를 확실히 처벌하고, 처벌방지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 등 4160여명이 함께 부르는 기억 합창 공연도 진행됐습니다.
 
16일 안산 화랑공원에서 세월호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단원고 아이들은 안산시민들의 아이들"
 
기억식을 찾은 김옥재(52)씨는 "슬플 때 함께해야 가족이니까, 가족의 마음으로 참석했다"면서 "3년 전부터 오고 있는데, 늘 사람이 많았지만 이번엔 10주기라 그런지 더 많이 보이는 것 같고 평일인데도 참석해 줘서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엄마와 기억식에 참석한 유의연(10)양은 "엄마도 슬퍼하고, 여기 있는 많은 어른들도 슬퍼해서 그런지 나도 슬픈 마음이 든다"면서 "지금부터는 항상 웃는 날만 있었으면 좋겠고, 언니 오빠들도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안산 시민 김광재(66)씨는 "세월호가 10년이나 지났다는 게 실감나진 않고, 유가족들이 마냥 슬퍼만 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할 뿐"이라며 "안산의 아이들은 우리 안산시민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함께 추모행 한다는 마음으로 참석했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추모식에선 진상규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어져야 304명의 영혼을 해방시킬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10년동안 한목소리로 외쳤어도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기에 이태원 참사와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데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사회가 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생명존중과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과 다짐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열 번째 봄, 우리 곁을 떠난 염원이 안식을 얻길 기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이 열린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안산=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주 사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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