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정유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에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정유사들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정유사들의 실적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난해 10월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긴 적이 없고, 국제유가 회복세도 더뎌졌다. 여기에 업계가 정부에 요청한 세금 납부 유예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유업계는 유례없는 경영난에 빠졌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8달러로, 3주 만에 다시 마이너스 대로 떨어졌다. 코로나19와 친환경 추세로 인해 휘발유·경유·등유의 수요와 마진이 모두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핵심 수익지표로,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8달러로, 3주 만에 다시 마이너스 대로 떨어졌다. 사진은 미 오클라호마주 펌프잭 모습. 사진/뉴시스
정제마진 악화는 올 3월부터 지속했다. 3월 셋째 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한 정제마진은 지난 6월 둘째 주까지 이어졌고, 이후 배럴당 -0.5~0.6달러 수준을 맴돌았다. 지난달 3주간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갔다.
이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상반기 합계 5조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이들 정유사의 지난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3조1200억원가량)보다 큰 액수다. 1분기 손실액(4조4000억원)에 비해 2분기엔 손실 폭을 70%가량 줄였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요 회복이 늦어지면서 정유사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는 것이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이 여전히 최악인 가운데 그나마 실적 개선을 견인한 유가마저 상승세를 멈췄다"며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유사들이 정부에 요청한 세금 납부 추가 유예도 난항이 예상되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 4월 정유사를 지원하기 위해 4~6월 석유 수입판매 부과금 징수 유예기한을 기존 2개월에서 1개월 추가 연장했다. 이로써 이달 말 4~6월분 세금의 납부 기한이 예정된 가운데, 경영난이 해소되지 않은 정유사들은 추가 유예를 요청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유사들이 내야 하는 석유 부과금은 정유사 비용 중 상당 부분으로, 각 정유사가 1L당 16원가량씩 내는 '준조세'격 부과금이다. 지난해 정유 4사가 납부한 석유 부과금은 1조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올해는 영업활동 자체가 어렵다보니,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회사채까지 발행하는 상황"이라며 "유류세 등 고정 지출을 경영 정상화 시점까지 유예하는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경영난이 지속되는 만큼 정유사들의 빚 또한 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유 4사가 지난달 말까지 발행한 회사채(외화표시 채권포함)는 3조21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이들 업체에서 지난해 발행한 총 회사채 규모(3조5500억원)의 9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한편 국제유가 회복세가 더뎌진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4월22일 저점을 찍은 국제유가는 2개월 만에 40달러 선까지 반등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10개 산유국 연합체)가 지난 4월 2개월 간 하루 970만배럴씩 감산하기로 합의하면서다. 다만 6월 이후 현재까지 국제유가는 제자리 걷기를 반복해 정유사들은 유가 반등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을 누리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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