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현재 미국에서 한 주의 가격이 제일 비싼 종목은 워렌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다. 오늘 새벽 마감 기준으로 주당 28만600달러다. 어제 마감한 원달러환율 1225.2원을 적용하면 한 주의 가격이 3억4379만1120원이다. 설령 이 돈이 있다고 해도 매수 버튼을 누르기가 망설여지는 가격이다.
그래서 워렌 버핏은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쉽게 주식을 쪼개서 B주를 따로 상장시켰다. 종목기호 BRK_B로 거래되는 이 주식은 지난밤에 187.12달러, 약 23만원에 거래됐다.
미국에서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코스피에서 LG생활건강이 140만원을 넘보고 있고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전 한때 300만원을 넘기도 했으나 실제로 투자자들이 살 수 있는 주식 가운데 가장 비싼 주식은 현재 장외시장인 K-OTC에서 거래 중인 더존홀딩스로 현재 1주의 가격은 1052만5000원이다. 장외종목이지만 엄연히 HTS나 MTS로 매매 가능한 종목이다.
더존홀딩스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개발 및 판매, 시스템통합사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2003년 6월18일에 더존디지털웨어의 ERP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이런 설명보다는 현재 코스피에 상장된 더존비즈온을 지배하는 회사라고 소개하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더존비즈온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 및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 주로 ERP, 클라우드 서비스,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및 결제, 모바일 솔루션, 보안, 그룹웨어 등을 제공한다. 기업들에게 필요한 회계 관련 소프트웨어(S/W) 쪽에서는 절대강자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팩토링도 S/W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수혜주이기도 하다.
더존비즈온은 지난해 매출과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매출액 2627억원과 영업이익 668억원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었다. 영업이익률이 25%에 달했다.
올해도 기업 비즈니스 통합플랫폼 ‘WEHAGO’ 출시로 기대감이 크다. 여기엔 다양한 유료 클라우드 서비스가 부가됐는데 기존 사용방식보다 클라우드 방식의 사용료가 3~4배 높은 만큼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잘나가는 회사의 대주주가 더존홀딩스다. 더존비즈온의 주식 30.17%를 보유, 지배하고 있다. 2대주주는 6.07%를 가진 김용우 더존그룹 회장이다.
오래 전 더존그룹의 핵심은 코스닥 상장기업 더존디지털웨어와 코스피 상장기업 더존비즈온, 비상장기업인 더존다스로 나뉘어 있다가 2009년에 합병 절차가 진행됐다.
기존 지주회사였던 더존다스를 투자부문과 ERP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해 사업부문은 신설법인인 더존비즈온으로 모두 합치고 투자부문은 존속법인 더존홀딩스로 남긴 것, 이후 더존홀딩스가 자회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로 정리됐다. 당시 대주주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사실 아직도 이런 방식의 합병과 분할은 반복되고 있다.
<출처: 더존홀딩스 연결기업 재무현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재 더존그룹에는 더존비즈온 외에도 S/W 개발과 판매를 하는 키컴, 정보서비스업체 더존테크핀, 45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미건 등이 더존홀딩스 재무제표에 연결돼 있다.
연결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더존넥스트(IT하드웨어 제조), 북경득진망디지털기술유한공사. 더존재팬, 더존에듀캠(교육서비스) 등도 있다.
이렇게 기업 관련 S/W 분야에서 양적, 질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1000만원을 훌쩍 넘게 된 것일까? 한 주당 주가는 비쌀지 몰라도 전체 몸값은 절대 그렇지가 않다.
현재 K-OTC 매매가에 따른 더존홀딩스의 시가총액은 125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발행주식 수가 1만1881주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중 9152주, 77.03%를 대주주인 김용우 회장이 갖고 있다. 소액주주도 있지만 이들이 가진 주식은 2709주밖에 안 된다.
현재 더존비즈온의 시총이 2조6000억원을 넘으니까 다른 자회사는 차치하고 이 더존비즈온 주식지분 30%의 가치만 78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시총이 1250억원인 것이다. 비상장기업이라는 할인요인을 반영해도 저평가인 것은 분명하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다만 한 가지, 과연 이 기업이 나중에 상장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비상장인 채로도 사업이 잘 되고 있는데 굳이 상장해서 정부와 금융당국, 다른 주주들의 견제를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 등 큰 돈을 조달해야 할 필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더존홀딩스의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이를 감안해도 너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면, 또 최소한 1주를 살 수 있는 자금 1052만원이 있다면, 더존홀딩스 주가가 매력적인 것은 틀림없다. 물론 ‘때’를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충분히 많아야 할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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