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주주총회와 관련된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의 개정으로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이 활발해지며 주주총회가 형식적 의미에서 벗어나 본래의 의미를 되찾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4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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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20년 주주총회 리뷰'를 통해 "이번 주주총회 시즌은 법령 개정의 영향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상법 및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 주주제안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제약을 완화시키는 한편 주주총회소집공고의 정보를 풍부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21일 주주와 기관 투자자의 권리 행사를 강화하고, 이사·감사의 적격성을 제고하기 위한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상법과 국민연금법 시행령은 바로 시행됐지만 상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주총회 소집통지시 사업보고서 등 제공의무'는 1년 유예됐다. 이 가운데 이른바 '5%룰'은 재계가 연금사회주의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5%룰이란 상장사 주식의 5% 이상을 대량으로 보유한 기관투자자의 보고와 공시의무를 일컫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꾼 기관투자는 세곳에 불과했다. 올해 2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한 35개 국내 기관투자자 중 국민연금공단, KB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보유하고 있는 일부 기업의 지분 보유목적을 변경했다.
국민연금은 5%이상 지분을 보유한 113개 기업 중 56개 기업에 대한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전환했다. KB자산과 한국투자밸류자산은 일반투자로 보유목적을 전환한 이후 일부기업에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KB자산은 효성티앤씨에 배당을 높이라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은 넥센그룹의 지주회사인 넥센에 주주가치 증대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이외에 KISCO홀딩스, 세방, 세방전지 등에도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올해부터 주주총회소집공고와 참고서류도 변경되면서 이사 및 감사의 선임, 보수한도와 관련된 정보가 과거보다 풍부해졌다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평가했다. 이전에는 사외에사에 대한 지급한 보수만 알 수 있었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등기임원이 수령한 보수 총액이 공개되며 투자자들이 보수한도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이사보수한도 증액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주들의 이해도를 높인 기업으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엔씨소프트를 꼽았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13일 주주총회소집공고를 통해 이사보수한도 증액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엔씨소프트의 이사보수한도 회사 소명 사례 . 엔씨소프트는 이를 통해 이사보수한도 증액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자료/한국기업지배구조원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여성임원 선임도 늘었다. 이 법은 실질적으로 올해 8월5일부터 시행돼, 올해 주주총회에는 상장기업들이 적용받지 않지만 지난해와 달리 새롭게 선임된 여성이사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서는 21개 기업이 22인의 여성이사를 신규선임했다. 주주총회 시즌 이후 1인 이상의 여성 이사가 재직한 기업은 45개로 조사됐다.
KB금융, 카카오, 삼성카드는 기존에 1명의 여성이사가 재직하고 있음에도 1명의 여성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면서 여성이사 비중이 확대됐다.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서 새롭게 선임된 여성이사는 1명을 제외하고 전원 사외이사였으며 이들 대부분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을 적용받는 102개 기업은 늦어도 2022년8월5일까지 최소 1명의 여성이사를 선임해야해, 신규선임 이사 수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분석했다.
정한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제도의 변화는 비용을 수반하지만 이번 법령 개정은 상장기업의 외형적 지배구조 수준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주주총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아닌 주주의 건설적인 참여와 이사회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회사의 기관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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