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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자급화, 시장·정책 괴리 해소 선결돼야"
제약바이오협, 정책보고서 발간…"현장 체감 가능한 R&D 유도책 시급"
2020-04-27 15:13:36 2020-04-27 15:13:36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 유행성 전염병에 대한 예방 관리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산 백신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선 시장과 정부 정책 간 괴리가 해소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간 주도 개발 한계가 분명한 백신 분야 기술 향상을 위해선, 충분한 시장성과 개발 동기가 선결된 지원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2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정책보고서 내 '백신 자급화를 위한 과제(이경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바이오팀 PL)'에 따르면 정부가 백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공공백신 영역에 집중돼 기업에서 관심을 가진 고부가가치 백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R&D 분야 정부 지원 정책과 기업 방향성이 달라지고, 기업이 실제적인 정부 지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정 질병에 대해 체내에서 항체를 유도하게 하는 물질로 개발하는 백신은 사전예방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치료제와 가장 큰 차이를 지닌다. 의료서비스 흐름이 치료에서 예방의 개념으로 변화됨에 따라 나날이 그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분야다특히 최근 펜데믹 사태를 일으킨 코로나19를 비롯해 과거 스페인독감과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 사스 등 전 세계적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무게감이 더욱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 국내외 백신 개발은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약 132개 파이프라인의 백신이 글로벌 시장에서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27건이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절반 이상인 15건이 국가예방접종 대상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국산 신약 파이프라인이 573개인 점을 감안하면 백신의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사업자로 꼽히는 기업 역시 GC녹십자와 LG화학을 비롯해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일양약품, 보령바이오파마 등 10개사 미만이다. 그나마 업계 상위권에 속하는 대기업들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 정도가 위안이다.
 
이처럼 백신 개발에 대한 투자가 저조한 배경 중 가장 큰 요소는 난이도와 비용 문제가 꼽힌다. 국내 제약산업 중심이 되는 화학의약품 대비 기술장벽이 높고, 생산시설 역시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 상용화된 대다수 백신들의 특허를 글로벌 제약사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장애물로 작용 중이다. 특히 환자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해야하는 백신 임상 특성상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하기도 까다롭다.
 
개발 완료 이후 수익성도 발목을 잡는다. 정해진 가격정책을 따르는 백신은 낮지만 안정적인 이익구조를 갖췄지만, 높은 매출과 마진으로 폭발적 수익창출이라는 잠재력이 장점으로 꼽히는 제약산업에선 그 장점이 빛을 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백신 개발 지원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국가 백신 제품화 기술지원을 위한 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2013년 백신산업 글로벌 진출 방안 추진 이후 2016년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전략(2), 2018년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계획(2)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2월에는 백신 자급률 75% 달성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 및 국가 백신 제품화 기술지원 사업 추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오는 2023년까지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백신 13종을 비롯해 총 17종의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골자다. 또 관련 정보를 모아 ICT 시스템을 구축하고 백신 임상평가 시설 및 위탁시험검사실 등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9년 총 28종 가운데 7종에 불과했던 필수백신 자급화는 올해 20, 202222종으로 80%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 같은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 빚어지는 정부와 기업 간 R&D 방향 부조화는 대규모 감염병 발생 시마다 대비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개발 당사자인 기업의 적극적인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선 정책과 기업 협력이 필요한 부분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현장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 한 백신개발 업체 관계자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아도 사회적 기여도나 기 투자된 설비 활용 등을 통해 운영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신규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이거나 현재 개발사들이 속도를 내기 위해선 일정 수요나 마진이 보장되는 등의 실질적인 유도책에 무게가 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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