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검찰이 조현준 효성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이용해 자회사로 하여금 사실상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자회사 효성투자개발이 불리한 계약을 맺으면서 GE가 발행한 전환사채의 위험부담을 떠안았는데 계약과정에 조 회장이 관여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의 심리로 열린 효성그룹과 조 회장 등에 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조 회장이 사실상 개인회사인 GE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효성투자개발 이용해 GE를 부당지원, 조 회장에 부당이익을 귀속시킨 사건"이라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2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현준 효성 회장이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등에 따르면 GE는 조 회장이 85%의 지분을 보유한 발광다이오드(LED) 제조회사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156억원과 39억원 상당의 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악화했다. GE는 2014년과 2015년 120억원과 1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고 4개 금융회사가 특수목적법인(SPC)인 하나대투증권 사모펀드를 설립해 이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효성투자개발은 SPC와 GE의 CB에 수반되는 총수익수와프(TRS) 계약을 체결,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을 모두 떠안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면서 자사의 손실정산 의무 이행을 위해 296억원 상당의 토지와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고 담보가치를 훼손하는 경영활동에 대해 대주주단의 사전 동의를 받기로 약정하기도 했다.
검찰은 "GE는 높은 부채비율, 완전 자본잠식 등 심각한 자금난으로 2014년말까지 250억원의 자금을 확충하지 않으면 부도날 위기에 처해있었다"면서 "GE 스스로 신용 담보만으로 위험성 높은 영구채 발행은 불가능했으므로 효성투자개발이 TRS 계약과 부동산 담보로 위험을 떠안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효성투자개발은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이 노출되고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일련의 과정에 조 회장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은 효성의 최대 주주, 효성은 효성투자개발의 최대 주주로서 지배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TRS 거래와 영구채 발행 등 모든 조건들을 확정했다"면서 "또 조 회장은 GE 최대주주로서 정관을 개정해 영구채 발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GE에 유리한 조건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효성그룹 지분을 21.9%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이며 자회사인 효성투자개발은 효성이 58.8%, 조 회장이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그룹 차원의 부당한 지원으로 인해 GE가 살아남으면서 한계기업의 퇴출을 막고 경쟁사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등 공정거래를 저해했다고도 주장했다.
조 회장 측은 효성투자개발이 GE와의 직접 거래를 하지 않았으므로 부당지원이 아니며 조 회장은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다툴 방침이다. 조 회장 변호인은 "공정거래법 23조 1항은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계열회사와 거래하는 행위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효성투자개발과 GE는 거래행위를 한 적이 없다"면서 "검찰 측이 임의로 재구성했지만 죄형법정주의상 그와 같은 논리는 성립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 공소사실을 보면 (조 회장이) 계약을 체결했다고 적혀있을 뿐 뭘 어떻게 관여했는지 특정되지 않고 있다"면서 "조 회장은 관여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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