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 4·15총선, 도쿄올림픽 미뤄야
2020-03-24 06:00:00 2020-03-24 06:00:00
우리는 지금 어두운 터널 한복판에 서 있다. 세상은 초고속으로 변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자꾸만 벌어진다. 인간이 예단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중국만의 일로 여겼던 코로나19는 어느새 한국의 일이 됐고, 이젠 유럽과 북미, 아니 전 세계의 일이 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세계대전을 방불케 할 만큼 사망자가 속출하고 코로나19 공포는 바이러스보다 더 세게 우리를 강타하고 있다. 각국의 리더들은 이구동성으로 ‘전쟁’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쓰고, 제 아무리 시민들에게 외출금지령과 통행제한령을 내려 본들 코로나와의 전쟁은 이길 수 없다. 의약품이 하루빨리 개발되지 않는 한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승리로 끝나기 어려운 지경이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경제는 도미노 게임처럼 줄줄이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 소비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왔던 자본주의 경제는 코로나 봉쇄령에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져 간다. 각국은 피해자들을 돕고 경제를 살린다고 수십조를 뿌리겠다지만 이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 자본주의의 병폐는 이 밖에 또 있다. 상업적으로 흐르고 흐른 올림픽 말이다. 일본은 이 와중에도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열겠다고 고집한다. 아베 수상은 7월의 도쿄올림픽을 그대로 강행할 의지를 밝혔고, IOC위원들도 이에 장단 맞추는 모양새다. IOC 위원장은 “올림픽이 주말에 열리는 동네축구가 아니라 미룰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무슨 괴변인가. 쿠베르탱이 올림픽을 만든 목적은 세계평화와 인류를 위해서였지 않았던가. 코로나19로 다들 공포에 짓눌려 있는데 올림픽을 연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쿠베르탱이 살아있다면 어떤 조언을 했을까. 아마도 다음처럼 말했을 것이다. “순리를 따르라. 그렇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고 말 것이다.”  
 
프랑스는 코로나19에도 예정대로 선거를 치렀다가 혼이 나는 중이다. 운이 없었던 것일까. 시의회선거를 며칠 앞두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프랑스에서 창궐하기 시작했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갑자기 선거를 중단하기 어려웠던지 프랑스는 시의회선거 1차전을 지난 3월 15일 예정대로 치렀다. 그러나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 정국에 빠지자 2차전을 어쩔 수 없이 6월로 연기했다. 이런 일은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시의회선거는 통상 1차 선거가 끝나고 일주일 후 2차 선거가 열리는데 이번에는 3개월 후라니 이 어찌 낭패가 아니겠는가. 지난 15일 1차 선거에서 과반을 넘는 표를 얻어 당선자가 결정된 지역은 6월에 선거를 치를 필요가 없다. 과반을 얻지 못한 후보들이 있는 지역만 6월에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그런데 6월 선거를 두고도 혼란스럽다. 오는 6월에 결선투표만 치를 것인가, 아니면 이미 치른 1차 선거를 원천 무효화 하고 1차 선거와 2차 선거를 모두 다시 치를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코로나 정국에도 프랑스는 시의회선거를 강행해 혼선과 낭비가 따르고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아네스 뷔젱(Agnès Buzyn) 전 보건부장관이자 파리시장선거 후보는 시의회선거 1차전이 끝난 뒤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를 연기할 것을 대통령과 수상에게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해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는 지난 1월 11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코로나19의 위험에 대해 알렸고, 같은 날 에두아르 필리프 수상에게도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면 안 된다고 통고했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로 프랑스 사회는 소동이 일어났고 정부는 곤란해졌다. 걷잡을 수 없는 논쟁으로 시끄러워지자 필리프 수상은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많은 의사들이 뷔젱 전 보건부장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를 예정대로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과 필리프 수상이 의사들보다 뷔젱 장관의 의견을 들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막았을 것이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그러니 후회해 본들 소용없다. 도쿄와 올림픽 위원회가 프랑스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유럽과 북미의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19를 보면서도 7월 올림픽을 고집한다면 결국 후회할 일이 생기고 말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3·15 시의회선거로 빚어진 프랑스의 불상사를 보면서 4·15 총선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그런데 총선이 이제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으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제 아무리 마스크를 쓴다지만 유권자들이 선거장에 모여들면 필시 감염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프랑스 시의회선거처럼 중간에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한 템포 늦춰 확실히 가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도쿄올림픽도 한국 총선도 한 템포 늦추는 게 정답이다. 지금은 무리수를 두는 건 너무 큰 모험이다. 순리를 따라 물 흐르는 데로 가야 희생이 적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와 IOC 위원들은 이 점을 깊이 새기고 올림픽 개최일을 재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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