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는 미발행주식' 명시해 악용사례 막아야
기업분할시 신주 통해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의무소각이나 균등배분해야"
2019-05-30 14:47:56 2019-05-30 14:47:56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자기주식은 미발행주식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상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분할신주 배정을 금지해 '자사주의 마법' 같은 문제가 나타나지 않게 해야한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은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진행된 '자사주의 문제점 진단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하며 기업들의 자사주 악용을 막기 위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사주(자기주식)는 회사가 스스로 발행한 주식을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본질적으로는 미발행 주식과 동일하며, 자사주 자체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금지돼 있었으나 지난 2011년 상법이 개정되면서 자사주 취득이 가능해졌다. 
 
자사주 자체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다. 다만 현행법에 신주 배정 금지 등 자사주의 권리제한에 대한 규정이 없어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의 인적분할 시 존속회사가 승계한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다.  
 
박 교수는 2017년 현대중공업의 인적분할을 예로 들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지주),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인적분할했다. 이 때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가 분할되는 현대중공업의 자사주 13.4%를 승계하고,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통해 현대로보틱스는 분할된 각 회사들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3.4%씩 획득하게 됐다. 이후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의 주주들로부터 회사 주식을 현물출자받고 현대로보틱스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주식교환)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별도의 자금 투입 없이 현대로보틱스 보유 지분이 10.15%에서 25.8%로 증가했다. 또한 현대로보틱스의 현대중공업 지분도 기존 13.4%에서 27.84%로, 현대일렉트릭은 27.64%로, 현대건설기계는 24.13%로 늘었다. 
 
자사주에 대한 규정이 없는 탓에 회사자금으로 매입한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이용된 것이다. 일반투자자는 이 같은 주식교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지배주주의 세력만 불리는 셈이다.
 
자사주의 신주 배정의 경우 미국은 자사주를 미발행주식으로 간주하고, 자동소각의 개념으로 여겨 원칙적으로 신주 배정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홍콩도 미국과 동일하다. 독일은 자사주에 대한 분할신주 배정을 명시적으로 금지했으며, 일본은 회사의 인적분할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사주에 대한 분할신주 배정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일정 시기 안에 의무적으로 소각하거나 주주에게 균등배분하는 내용,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계류상태다. 
 
박 교수는 "자사주의 마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상법상 미발행주식, 혹은 자동소각으로 명시하는 것이 원칙적인 해법인데 하루 아침에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어렵다면 분할신주에 대한 내용을 주주총회에서 결의해 자사주 처분이 총수일가의 이익에 쓰이지 않게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보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도 "자사주는 미발행주식으로 보는게 맞다는 것이 학계의 컨센서스이고, 회계학에서는 미발행주식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확립됐다"며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상회사가 자기주식을 보유한 경우 합병신주, 교환신주, 분할신주 등을 배정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고, 합병이나 분할합병에 있어 인수회사가 갖는 대상회사 주식에 대해서도 합병신주, 분할신주를 배정할 수 없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국회에서 진행된 '자사주의 문제점 진단 및 개선방안'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심수진기자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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