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각계 시민과 임대차 상인 단체가 '을지 OB베어'를 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수십년 간 쌓은 노하우를 인정해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백년가게로 선정한 직후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백년가게'로 성장할 잠재력을 확인했지만 법 제도의 한계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OB베어를 지키기 위해 이들은 서명운동과 함께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을지 OB베어는 1980년 을지로3가 현 자리에 문을 연 이후 39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 차례의 임대차 계약갱신에 이어 임대인이 사망한 2013년 이후에도 새 임대인은 '건물이 폭파될 때까지 임대하겠다'고 했지만 작년 5월 백년가게 선정 이후 한 달 만에 건물주는 임대차계약 해지 통보를 해왔다. 이후 OB베어는 계약 만료 시점인 10월을 한 달 앞두고 건물주로부터 명도소송을 당했다.
강호신 을지OB베어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OB베어에서 열린 '을지 OB베어와 노가리골목을 지켜주세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가게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건물주와 법적 분쟁이 진행중인 사실이 알려지자 임대차상인 단체를 포함해 각계에서 OB베어 지키기에 나섰다. 서울시민의 출퇴근을 책임지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대표적이다. 1985년에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윤지열 1호선지회장은 이날 을지 OB베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OB베어는 입사 당시 군사문화로 찌든 직장생활의 울분을 달랜 곳"이라며 "1987년 노동조합 설립 이후에도 여기에서 노조 운영방안 등을 수없이 논의했다. 서울지하철노조의 역사를 상징하는 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을지로2가에 위치한 향린교회 목사인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공동대표는 "39년 전 인쇄골목을 비롯한 주변 노동자들이 여기서 맥주 한 잔에 노가리로 시름을 달랬다"며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한 업종에서 노하우를 쌓은 가게가 10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을 확인해 부여하는 만큼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상징인 OB베어를 지키는 것은 더불어 사는 상생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개월째 OB베어 근처 공구거리 재개발 반대 농성을 진행 중인 강문원 청계천 생존권사수비대위원회 회장도 노가리골목 원조 지키기에 힘을 보탰다. 강 회당은 "OB베어는 공구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호프집이다. 생전에 사장님은 땀의 가치와 즐기되 넘치지 않는 가르침을 주시던 분"이라며 "OB베어 문제는 청계천 재개발과도 맞물려 있다. 한쪽이 편중된 이익을 얻기 위해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데, 정치적 해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전통을 가진 소상공인을 백년가게로 선정해온 중소벤처기업부는 당장 지원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작년부터 자영업 소상공인 대책을 내놓으면 임대차보호기간 10년 연장과 보증금 상한 확대 등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젠트리피케이션을 비롯한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영업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을 비롯해 을지 OB베어를 살리기 위해 모인 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참여연대 민생경제팀과 중구예술문화거버넌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등 시민단체와 민주당, 민중당 등이 참여한다. 이날부터 서명을 받고 향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해당 사안을 올릴 계획이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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