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삼성전기가 패널레벨패키징(PLP)사업을 삼성전자에 양도하면서 고부가가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 상승은 하반기 실적 회복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통해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PLP사업을 내달 1일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부터는 PLP 사업과 관련된 인력과 장비, 생산라인 등이 모두 삼성전자 소속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PLP 사업 관련 인력은 600여명으로, 전체 사업 규모는 7850억원이다.
PLP 사업은 반도체 칩을 만들 때 패키지용기판(PCB)을 사용하지 않고 반도체를 메인 기판과 바로 연결하는 기술로, 기존 패키징 기술보다 원가 절감 효과가 커 차세대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양사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역량을 모으기로 한 삼성전자로 이관하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PLP 사업이 포함된 기판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영업적자 1878억원을 포함해 5년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문제는 PLP가 초기단계 기술인 만큼 조 단위의 자금이 투입돼야 해 향후 재무적인 부담은 더욱 가중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PLP 사업에 설비투자 등을 위한 자본지출(CAPEX)로 6000억원가량을 집행했지만, 이렇다 할 고객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익을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가 PLP사업부를 전자에 양도하면서 재무적인 부담이 줄어드는 한편, 순자산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PLP사업 양도에 따라 분기당 약 300억원 발생하던 영업적자가 줄어들고, 785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면서 삼성전기의 순자산가치가 9.7%(시가총액 8조1000억원 기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는 이번 PLP 사업 정리를 통해 고부가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고사양 카메라 모듈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의 호조에 힘입어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에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전장용 MLCC의 비중을 두자릿수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카메라 모듈에서는 스마트폰 업체들 사이에서 트리플 카메라의 채용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다만 고부가 제품인 MLCC 업황 회복은 삼성전기 앞에 놓인 과제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중국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당분간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어난 저가용 제품의 재고가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용과 자동차 전장용 MLCC 수요가 당초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분기 재고가 쌓여있던 IT용 제품군의 판매량이 지난 3월부터 완만한 곡선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한편 삼성전기는 새롭게 확보된 자금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PLP사업 양도 이후 신사업 계획과 관련해 "당장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못하겠으나, 당사 강점기술 기반의 신규사업을 추가 발굴 및 육성할 것"이라며 "삼성전기를 보다 강건한 회사로 만드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고부가가치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해부터 기술 개발에 착수한 '3D 센싱모듈' 사업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LG이노텍이 최근 3D 센싱모듈 관련 별도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기도 사업 매각을 통해 확보된 총알을 통해 본격적인 추격에 나설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욜 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전세계 3D 이미지 처리 및 센싱 장치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29억달러에서 2022년 90억달러로 3배 이상 급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준비를 해왔고, 향후 어떤 것에 집중할 것인지는 시장 상황 등을 보며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며 "전장과 5G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한다는 것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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