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세리프 TV는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을 함께 담고 있어요. 어떤 환경이라도 녹아드는 디자인은 나조차도 설명할 수 없는 세리프 TV의 '매직' 입니다."
삼성전자의 감성 TV '더 세리프'를 디자인한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 부홀렉 형제는 간결하면서도 편안한 감성 디자인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생애 첫 가전 작품인 세리프 TV에도 평소 지녔던 가구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새로우면서 동시에 사회에 강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감성이 관통하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들의 메세지가 담긴 세리프 TV는 지난해 단종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마켓에 판매가의 두배에 해당되는 호가가 올라오는 등 기형적인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덕에 소비자들의 요구를 담아 부분변형과 대형화된 2세대 모델이 빛을 보게 됐다.
에르완 부홀렉 디자이너. 사진/삼성전자
지난달 29일 2세대 세리프 TV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에르완 부홀렉(동생) 디자이너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좋아하는 소설이나 영화처럼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세리프도 사랑에 빠지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면에는 보편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제품의 근원적인 힘이 남들과 다른 '개성'이 아닌 '보편성'에서 온다는 것.
그가 말하는 '보편성'은 전통과 미래의 연장선상에 있다. 부홀렉 디자이너는 "진화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동시에 우리의 뿌리의 원천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할 수 있는 매개가 될 때 물건에 진정한 의미가 생긴다는 말이다. 이런 창조의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특정 사물을 제조해 온 전통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는 세리프 TV를 그가 디자인한 다른 가구들 처럼 '과거와 미래의 연결고리'라고 칭했다.
그래서인지 세리프 TV의 디자인은 조금 독특하다. 베젤을 최대한 줄이고 프레임을 없애는 최근의 TV 트렌드에 역행한다. 부홀렉 디자이너는 "제품을 사용할 때 외관 보다는 담고있는 컨텐츠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평소 옷을 입고 음식을 먹는 것 처럼 부드러운 감성을 가진 제품들과 소통하듯이 세리프도 그렇게 작동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세리프 TV에는 과거 TV에 있다가 사라졌음직한 4개의 다리도 달렸다. 가구에서 전해져 온 오랜 전통과 맞닿은 디자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4개의 다리가 다루기 조심스러운 TV 라는 물건에 이동하기 쉽고 편안한 느낌까지 보태준다.
에르완 부홀렉 디자이너와 그가 디자인한 세리프 TV. 사진/삼성전자
그가 TV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전통적인 시각은 '공유' 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다 같이 모여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사회적 물건으로서의 TV에 주목했고, "어느 순간 누구와도 즐겁고 편안할 수 있는 TV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의 세리프 TV 디자인이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흥미롭다. 부홀렉 스튜디오에 처음 프로토 타입의 세리프 TV가 놓였을 때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물건을 올려놓는 것을 보고 그는 "환영받는 느낌을 주나보다"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상판이 마치 선반과 같은 역할을 하는 지금의 세리프 TV 디자인이 채택됐다. 부홀렉 디자이너의 집에 딱 한 대 있는 TV도 세리프 TV다. 그 위에는 어린딸들의 물건이 한 가득 올려져 있다고 한다.
부홀렉 디자이너는 "삶이라는 건 다양한 것들이 접촉하면서 정의된다"며 "사람들이 세리프 TV 윗쪽 프레임을 선반으로 사용해 장식하고, 옆에 데스크탑을 두는 등 다양한 사물들과 함께 위치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사물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세리프를 통해 TV를 다시 만났다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가 가진 감성을 TV라는 가전제품에 담아 내는 데 있어 한국이라는 국가와 삼성전자는 최적의 파트너였다. 벼루, 도자기 공예품, 놋그릇 등 한국의 전통 수공예품이 가진 감성과 명확한 아이덴티티가 그에게 영감을 줬다. 또 삼성전자가 모든 사람들이 퀄리티를 의심하지 않는 기술 회사라는 점도 유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술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 안에 담긴 콘텐츠를 부각시키려면 누구나 인정하는 기술력이 전제가 돼야한다는 관점에서다. 부홀렉 디자이너는 "사람들은 세리프 TV에 첨단 기술이 들어간 걸 자동으로 알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첨단 기술력에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하는 것은 새로운 디자인 컨셉을 소개하는 데 이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향후에도 이들의 협력은 TV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지속될 예정이다. 부홀렉 디자이너는 "세상이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디자인은 변화, 분리가 아닌 중첩된 층으로 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저희의 과제"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