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재판받던 현직 도지사를 구치소에 수감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며 설명한 증거부분을 두고도 논란이 크다. 31일 법조계에서는 “판결내용이 드루킹 특검 공소장보다 더 나갔다”는 말도 나왔다. <뉴스토마토>가 이날 170페이지에 이르는 김 지사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총 4가지 판단 부분에 물음표가 찍혔다.
31일 '드루킹 여론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 선고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지 하루가 지났지만, 판결 결과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 지사에 대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가 지난해 7월20일 선거개입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리기 위해 법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킹크랩 시연 참석' 정황증거뿐
우선, 김 지사가 김동원씨 등 드루킹 일당을 찾아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재판부가 인정한 부분이다. 이 문제는 수사 초기부터 쟁점화 됐다. 드루킹 일당은 2016년 11월9일 김 지사가 직접 경기 파주에 있는 자신들의 사무실(느룹나무 출판사)를 방문해 킹크랩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시연까지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지사도 당일 방문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킹크랩의 존재를 사전에 알았거나 이날 시연과 함께 설명을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법정에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고 고개까지 끄덕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특검이 증거로 제시한 △김 지사 방문 사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킹크랩이 가동된 사실 △같은 시간 네이버 뉴스기사에 킹크랩 접속 로그가 발견된 사실 △이를 토대로 재연한 킹크랩 동영상 등을 토대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판단했다. 모두 정황증거다. 게다가 킹크랩 개발자인 경공모 회원 '둘리'의 진술도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번복됐다.
그러나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직접 봤음을 인정하는 영상이나 사진, 녹음파일 등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 수사 당시 김 지사 측에서도 이런 증거들을 특검이 쥐고 있는지에 촉각을 세웠으나 결국 나오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드루킹을 방문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킹크랩 시연을 보지 못했다고 얘기한 것을 특검 측이 제출한 증거에 비춰 거짓말로 판단했다. 재판부의 유죄 인정은 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
드루킹 김동원씨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드루킹 댓글사건'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맙습니다^^’가 범행 개입?
재판부가 김 지사의 유죄 증거로 든 또 다른 결정적 증거는 드루킹이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이다. 이 보고는 보안 메신저인 시그널을 통해 49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김 지사는 이에 드루킹은 2016년 10월부터 둘 사이가 틀어진 2018년 3월까지 텔레그램으로 기사목록은 총 8만건을 보내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김 지사가 정보보고와 관련해 보낸 답장은 판결문상 단 한번이다. 특검이 증거자료로 제출한 드루킹과 김 지사의 시그널 대화방 캡쳐사진을 보면 2017년 7월21일 ‘지방선거와 총선에서는 문재인 지지층의 힘이 축소되고 언론 방송의 힘이 강화될 것으로 판단되어 대책이 요구됨’이라는 내용이 있고, 김 지사가 이를 전송 받은 뒤 ‘고맙습니다^^’라고 답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재판부 판단대로 김 지사가 드루킹의 범행에 적극 개입했다는 증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시 드루킹 일당은 연대가 강했던 상황이었는데, 김 지사가 그 연대에 속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공범간 범죄적 소통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도 “재판부 설명처럼 보고에 대한 수신사인을 응답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여론 조작의 공범으로 보기 넉넉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작 대가, 25억이냐·일본총영사냐
재판부는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유력한 증거로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선거운동(여론조작) 대가로 일본 총영사 자리를 약속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피고인은 이를 통해 전반적 범행 경과를 지배한 걸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드루킹 측이 2017년 6월 도모 변호사를 일본 대사로 보내달라고 하자 거절했다. 이후 김 지사는 드루킹의 요구에 오사카와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일본 대사 추천이 좌절되자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의 소속정당을 ‘악플’로 공격한 이후다. 총영사직 제안은 협박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앞서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해 8월 특검이 청구한 김 지사에 대한 영장실질 심사에서 김 지사에 대한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영장기각의 결정적 이유는 대가성의 부재였다. 당시 영장심사에 참석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박 부장판사는 "선거운동(여론조작) 운영비 25억원을 김 지사가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으나 특검이 이 증거를 대지 못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다만 이 부분에 대해 “드루킹이 경제민주화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외 자금을 끌어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일본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오사카 총영사와 같은 고위 공직에 도변호사가 임명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조계 "양형·법정구속 이해 안돼"
양형에 대해서는 법조인들이 특히 의문을 갖고 있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컴퓨터장애등 업무방해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지금까지 징역형이 선고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5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현직 도지사를 법정구속했다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성완종 회장 사건 때 정치자금 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현직 도지사로서 도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 이유였다.
정치인 사건을 많이 다룬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김 지사가 재판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특수관계를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지만, 갑자기 법정구속된 상태에서 나온 행동으로 일견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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