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운상가 재개발 중단"
도심전통산업 보존 측면 재검토…을지면옥·양미옥 강제철거 피해
입력 : 2019-01-23 17:15:34 수정 : 2019-01-23 17:15:34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을지면옥·양미옥 강제 철거 등으로 논란이 됐던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정책을 전격 중단했다.
 
서울시는 2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연 브리핑에서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노포와 도심전통산업 생태계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 역시 종합대책 수립까지 사업 추진 진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정비촉진지구에 있는 을지면옥·양미옥의 강제 철거는 중단된다. 또 소유주 및 상인, 시민사회단체, 관련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만들어 충분한 협의과정을 통해 올해 말까지 세운상가를 포함한 도심전통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 계획이 생활유산을 보존하지 못하고 추진됐다고 판단하고 이제라도 이를 정비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의 정비 사업에선 서울의 역사와 시민 삶을 닮고 있는 유무형의 생활유산은 철거하지 않고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 나간다는 입장이다. 생활유산은 문화재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이어져 내려오는 시설·기술·업소 등이나 생활모습·이야기 등 유무형의 자산을 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의 역사·지역 정체성을 담고 있는 노포 등 생활유산과 도심전통산업을 이어가는 산업생태계를 최대한 보존·활성화하는 게 서울시의 기본 방향”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 삶과 역사 속에 함께 해온 소중한 생활유산에 대해선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운3구역 토지주가 23일 서울시의 세운 재정비 재검토 정책에 항의하러 서울시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하지만 이날 서울시 발표에 보존 찬성과 반대 중 어느 쪽도 흡족해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세운3구역의 영세 토지주 40여명은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재개발 사업 재검토가 '오락가락' 행정이라며 항의했다. 토지주인 심병욱씨는 "철거 등 사업 절차가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와중에 외부세력이 보존을 들고 나와 일이 이렇게 돼버렸다"며 "보존할 게 뭐가 있느냐"고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이에 반해 청계천 일대 상인과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청계천을지로보전연대도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대 참석자 30여명은 "논의구조를 만드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세운3구역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어 걱정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시각각 바뀌는 개발 계획에만 의존하기 힘들다고 느낀 상인들은 권리를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날 오후 청계천 일대 보존 찬성 단체들로 이뤄진 '백년가게수호국민운동본부'와 민주평화당은 '백년가게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특별법은 현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명시된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이 10년에 지나지 않고, 재개발·재건축을 이유로 진행하는 퇴거를 막을 수 없다는 한계를 뛰어넘는 취지다.
 
민평당 정동영 대표는 "땅주인 이익 보장하는 게 대한민국이 가야할 가치는 아니라고 본다"며 "박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이런 세상은 아니었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청계천 일대 상인과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청계천을지로보전연대가 23일 서울시청에 앞에서 서울시의 세운 재검토 정책이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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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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