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어려운 경제 상황, 대출 규제와 이자 부담 등으로 인해 경매시장으로 나오는 주택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가용 가능한 자금과 대출을 주택 구입에 몰아넣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족'이 내놓는 주택들도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법원에서 이뤄진 경매 건수는 28만건을 넘었습니다. 이는 전년인 2024년보다 5만건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낙찰 금액 역시 17조원으로 사상 최대입니다.
20일 법원 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 건수는 28만428건입니다. 이는 2024년의 22만4302건보다 25.02%인 5만6126건 늘어난 겁니다. 경매 건수를 용도별로 보면 아파트는 4만1273건, 연립·다세대주택은 4만9259건이었습니다.
지난해 경매 매각가는 같은 기간 2조7156억원 늘어나 18.47%의 증가율을 보인 끝에 17조417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아파트 등 주택이 관련 통계에 포함된 1998년 이후 최대 금액입니다. 종전 최대치인 2013년 15조3056억원을 갈아치웠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2024년 매각가 4조7463억원에서 4조6804억원이 돼 하락폭 1.39%로 상대적으로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연립·다세대주택은 같은 기간 1조4972억원에서 28.12% 늘어난 1조9182억원이 됐습니다.
판결문 등 집행권원 없이 이뤄지는 임의경매도 늘었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서 임의경매로 소유권이 바뀐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집합건물은 2583건입니다. 이는 2017년 2703건 이후 가장 많습니다. 수도권 역시 1만2244건으로 2015년 1만5374건 이후로 최대치입니다.
전문가들은 영끌족 등 주택 구입자들이 어려운 경기와 이자 부담 등의 요인을 버티지 못한 게 경매 물량 증가 요인이라고 봤습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매 건수 증가에는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영향을 끼친다"며 "특히 아파트 경매 건수 증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금리다. 금리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가 되고 있기 때문에 경매 건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는 아파트값이 한참 상승하면서 팬데믹으로 인해 내수 경기도 안 좋던 상황"이라며 "이 상태에서 대출 규제가 있었기 때문에 대부업체밖에 돈을 빌릴 곳이 없던 사람들이 청년을 포함해서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대부업체 이자를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경매를 많이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영끌족이 한참 이슈가 되던 2021년도보다 아파트값이 어느 정도 떨어지면서 경매로 매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 것도 맞다"며 "경매 건수 중에서 영끌족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까지 보기는 조금 어렵지만, 분명히 영끌족에 대한 타격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역시 "가계 경제가 좋지 않다 보니 이자 납부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며 "영끌족이 버티지 못하는 것도 그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수 침체·대출 규제 등 복합적 결과…"경매 물량 더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영끌족이 경매 건수 증가의 모든 요인까지는 아니라고 보기도 합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경매로 나오는 물건에는 영끌족을 포함해 대출이자를 못 내는 사람들, 전세사기 등으로 인한 강제경매가 포함돼 있다"며 "대출이자를 못 갚는 건 단순히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집값이 안 오르거나 '영끌'을 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근로자가 해고되거나 자영업자가 장사가 안되는 경우, 좋지 않은 내수 경기, 신규 대출을 받기 힘들게 하는 정부 규제 등 요인들이 다 맞물린 현상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2025년 8월25일 서울 시내 법무사 사무실에 경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매 건수가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인만 소장은 "서울 아파트만 가격이 올랐지, 지방에는 오르지 않은 아파트도 많은 데다 역전세도 여전히 꾸준히 생기고 있다" "경제 역시 반도체 부문만 좋은 착시 현상을 제외하고 나면 나아질 리는 없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대출 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한 경매 물량은 계속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진형 교수도 "경매 건수는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며 "앞으로 더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경매 건수는 앞으로도 좀 더 증가할 것이다라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주현 위원 역시 "지금 기준금리가 예전보다는 낮아지긴 했지만 시중은행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매 물량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지역별로는 서울 주요 지역이 아닌 외곽 지역이나 지방 위주로 늘어나는 차별화가 생길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라며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하더라도 매매시장에서도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 그런 매물들은 경매시장으로 잘 진입하지 않거나, 진입했다 하더라도 취하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가격 상승이 많이 올라가는 서울 주요 지역은 경매 건수가 크게 부각될 만한 가능성은 없다"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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