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에 근무하는 40대 중반의 관리자급 김 모씨는 연말에 들어서면서 친지와 지인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야 할지 고민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올해 반도체 산업,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대호황을 누리면서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급을 받거나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원래부터 부인과 부모님만 알고 있었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 뉴스에서 소식을 접한 분들이 성과급을 받을 때면 연락을 한다”면서 “축하 인사도 받지만,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도 많아 상대방 기분을 상하지 않고 어떻게 거절할지가 난감하다”고 했다.
김 씨는 어림으로도 금액의 규모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업계에서 추정한 예상액으로 가늠해 봐야 하는데, 그와 같은 직급이라면 6개월마다 나오는 목표달성장려금(TAI·옛 PI), 1년에 한 번 나오는 초과이익성과금(OPI·옛 PS) 등과 함께 실적 달성에 따른 특별 보너스까지 감안하면, 연봉 이외에 1억원 이상은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연말 성과급을 받으면 이 돈으로 1년 생활비를 쓰고, 월급은 전액 저금할 수 있다는 소문이 틀리지 않은 셈이다.
올해 한국 반도체 산업은 유례없는 초호황을 누렸다. 상장기업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은 약 62조원, SK하이닉스는 약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1~3분기 영업이익의 79%를 반도체에서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49조원을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올해 단일 품목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수출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 연간 전망치 6050억달러의 약 17%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가 한국경제에 기여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 그런데, 반도체만 독보적으로 앞서나가는 것이 문제다. 연초만 해도 ‘호황’이라는 긍정적인 단어가 붙었던 반도체는 하반기 들어서면서 ‘쏠림’이라는 부정적 색깔이 가미된 단어와 만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8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 보고서는 전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의 영업이익률 증가율이 7.6%였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이 수치가 5.0%로 떨어졌다. 수출 증가율도 사실상 반도체가 주도했다고 봐야 한다. 석유화학 부문만 제외하면 자동차와 조선, 기계 등 다른 제조업의 침체가 심화되면서 반도체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김 씨를 비롯한 반도체맨들이 되도록 표정관리를 하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들도 회사의 지침은 없었지만 직원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받는 성과급이 부각되는 것이 부담된단다. 김 씨는 “다 같이 한해 농사가 마무리 됐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만 너무 튀어서 미안한 감이 든다”고 했다.
문제는 2019년이다. 반도체 산업도 경기 사이클에 따라 저성장기로 접어들고 있어 올해와 같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반도체를 보완·대체해줄 새로운 성장산업이 나타나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내년에는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걱정에 잠을 설치고 있다고 한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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