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SK하이닉스의 임금 및 단체 협상(이하 임단협)이 결국 해를 넘길 전망이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성과급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직원들은 다소 씁쓸한 연말을 보내게 됐다.
2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임단협은 노사 측이 임금에 대한 이견을 보이면서 내년 1월로 넘어가게 됐다. 노조측은 지난해보다 더 많은 수준의 성과급을 기대하고 있지만 사측이 반도체 업황 둔화와 시설투자 비용 등을 이유로 성과급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점이 임단협 지연의 주요한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임단협 일정이 잡히지 않았으며 연간 경영성과가 나오는 1월말 가까이 이르러서야 다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실망이 큰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2년여 동안 지속된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의 영향으로 매출액 40조원과 영업이익 20조원 등 역대 최대 연간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지난해 11월 임단협 타결로 직원들이 올해 지급받은 연간 성과급 규모는 기본급의 1600% 수준이었다. 연간 초과이익분배금(PS)이 1000%, 특별기여금 400%, 생산성 격려금(PI)이 상반기와 하반기 100%였다. 지난 7월에는 내년 1월 지급될 성과급의 일부를 당겨 기본급의 200%에 해당하는 특별보너스로 지급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정문. 사진/뉴시스
함께 반도체 호황을 누렸던 삼성전자의 잇단 보너스 소식도 SK하이닉스 분위기를 다소 가라앉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메모리 사업부에 기본급의 500%,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에 각각 300%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다. 2년 연속 특별보너스이며 지난해보다 최대 100% 늘어난 금액이었다. 24일에는 반도체 사업부가 포함된 DS부문에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목표달성장려금(TAI)을 지급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경쟁사는 연말보너스까지 나왔는데 회사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반응과 “임단협이 늦게 타결되도 좋으니 제대로 챙겨줬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성과급에 대한 고민이 깊다. 올해까지는 반도체 초호황이 이어졌지만 3분기 들어 주력 생산품목인 D램 고정거래가격이 10% 이상 하락하면서 업황 둔화가 시작됐다. 시장조사기관들은 내년 D램은 20%, 낸드플래시는 30% 이상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10월 청주 신공장 M15 가동, 12월 이천 M16 착공, 내년초 중국 우시 공장 완공 등 향후 시설투자에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계획에 따라 경기도 용인에 공장을 짓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그럼에도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이 유력시 되는 만큼 지난해 이상의 성과급을 원하는 직원들의 기대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직원들의 기대는 이해하지만 성과급에 대한 언급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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