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반세기를 이어온 전통적 라이벌이다. 절대적인 규모에서는 삼성이 LG를 압도하지만 가전 영역에서만큼은 비등한 경쟁을 하고 있다. 과거 TV,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 가전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양사의 신경전은 최근들어 건조기,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 신흥 가전으로 옮겨갔다. 대체적으로는 LG가 한 발 앞서고 삼성이 뒤따르는 모양새지만 각자만의 차별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가사 노동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건조기는 혼수 가전에서 어르신 효도 선물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봄·가을과 소나기가 자주 오는 여름,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겨울까지 4계절 모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판매량도 꾸준히 증가했다. 2년 전만 해도 연간 판매량이 10만대에 불과했던 건조기가 올해에는 통상 가전업계에서 '필수 가전'으로 분류하는 기준치(연간 100만대)를 훌쩍 넘어서며 공식 필수 가전 반열에 올라설 전망이다.
LG 트롬 건조기. 사진/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먼저 국내 건조기 시장의 포문을 연 것은 LG전자다. LG전자가 처음 전기식 히트펌프를 채용한 '트롬 건조기'를 내놓을 당시 시장에는 가스 건조기가 주를 이뤘지만 설치의 제약과 비용 부담으로 수요가 많지 않았다. LG전자는 효율성이 높고 설치가 간편한 '트롬 건조기'를 통해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시장 전체의 성장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 보다 한발 늦게 시장에 진입했지만 '대형화' 트렌드를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국내 최대 용량인 14kg '건조기 그랑데'를 내놓으며 LG전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LG전자도 5월 14kg 용량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대용량 건조기는 주류였던 9kg급을 빠르게 따라잡고 건조기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가전 유통업체인 전자랜드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14㎏ 이상의 대용량 건조기 비중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11월에는 무려 74%를 차지했다.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한 양사는 지난달 16kg 용량을 내놓으며 발빠른 대응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LG전자가 전기용품안전인증(KC)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예약을 단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삼성 건조기 그랑데. 사진/삼성전자
한편 커진 용량 만큼 건조기의 성능 역시 지속적으로 향상돼, 기존에 단점으로 꼽혔던 부분들이 대부분 개선됐다는 평가다. LG 트롬 건조기는 지난해 12월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를 2개로 늘린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를 적용하면서 건조 성능을 크게 높였다. 최근 신제품에는 냉매 순환량을 기존 대비 10% 이상 늘려 에너지 효율도 개선했다. 별도로 바람을 불어 넣어주는 인버터 팬 모터도 추가해 빨래의 종류와 양에 따라 통 회전 속도 및 바람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적의 온도인 '마법의 60℃'를 찾아 건조기 그랑데 설계에 적용시켰다. 건조통 뒷부분 전면에는 360개의 에어홀을 만들어 많은 양의 빨래도 고르게 건조되게 했다. 또 초반 작동시 빠르게 예열하는 히터를 별도로 탑재해 온도가 낮은 겨울철에도 건조 성능과 시간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1인 가구나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 등의 수요도 고려해 10kg 이하의 소형 건조기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
향후에도 건조기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는 지속될 전망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건조기는 높아진 수요 대비 보급률이 높지 않은 편이어서, 많은 업체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며 "수년 내 세탁기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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