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강 국면에 진입한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최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정부의 노사정책이 경영 환경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선진화된 노사관계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이 20일 경총 포럼에 참석해 2019년 경제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권안나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초청해 '2019년 경제·산업 전망 및 주요 이슈'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 원장은 "한국 경제는 현재 침체 직전의 경기를 겪고 있으며 내년이 바닥을 찍는 최저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원장은 내수 경기 하락이 지속되는 요인으로 국내 설비 투자 감소를 꼽고, 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노사정책이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이 국내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원장은 경영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내 노사정책과 관련해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IT, 디자인, 건설업 등 특정 기간에 몰아서 근무해야 하는 업종들이 있다"며 "탄력근무제기간 확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7% 안팎의 완만한 임금상승률을 보이다가 올해에는 16.4%로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과 무관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실제로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같은날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노동 패러다임 전환방안 세미나'에서 현 시점의 노사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일자리 창출은 기업 경영활동의 결과라는 원칙에 기반을 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로 참석한 김용민 국민대학교 교수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규제일변도의 정책으로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노동시장 유연화와 인적자본시장 활성화 같은 규제개혁 만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들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재계와 정부가 노사정책들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경제단체들은 지난 1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임서정 고용부 차관이 18일 경총을 방문해 경영계와의 소통을 시도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고, 20일 열린 차관회의에서도 안건이 통과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경총은 차관회의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30여년전에 마련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산정체계는 가장 비합리적인 방식"이라며 "기업들이 생존 여부까지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현실을 감안해 이 사안을 근본부터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이날 기자와 만나 "최저임금 시행령이 개정안 그대로 시행돼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손 회장은 "(노사정책에 대해) 정부에서는 개선 의지가 보이고 있는데 고용부와 의견차가 있는 것 같다"며 "(경총에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20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포럼에 참석했다. 사진/권안나 기자
한편 재계는 노사간의 불협화음으로 불확실성에 놓인 위기 상황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후진적인 노사관계로 인해 일부 국내 기업들은 해외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며 "신규 고용창출을 위한 임금삭감 등에 노사가 합의하면서 국가경제를 살린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도 "네덜란드의 바스나르 협약 등 기업과 노동계가 정치를 통해 합의에 성공한 사례처럼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은 투명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회에서는 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친기업 정서가 확산돼 사회적 대타협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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