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경영여건 개선한다지만…"자영업 과잉 근본대책은 아냐"
점주단체 "출점제한, 업계 숙원사업" vs "선언 불과" 입장차
학계 "일자리문제·복지 등 생태계 관점서 접근해야"
2018-12-04 17:13:05 2018-12-04 17:13:05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한 편의점업계의 자율규약 제정안은 편의점 과다출점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해온 편의점주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18년 만의 근접거리 제한 부활의 의미가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 대책이 일시적인 대증요법에 그치고 있어 다른 자영업으로 창업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생태계 개선을 위한 사회 안전망과 일자리문제 등 경제정책 전반에 걸친 수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자율규약에서는 우선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를 고려해 편의점 근접출점을 지양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경우 서초구에만 적용된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100m를 모든 자치구로 확대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동지역과 읍·면사무소 소재지 50m, 이외 100m 기준을 각각 2배로 늘릴 예정이다. 각 가맹본사는 출점 예정지 인근에 경쟁사 편의점이 있을 경우 주변 상권 입지와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신규출점 제한 외에 폐점 단계에서도 점주들의 과도한 위약금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번 자율규약에 대해 편의점주 단체의 평가는 엇갈리는 상황이다. 김지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사무국장은 "근접출점 제한 문제는 업계 내 숙원사업처럼 묵혀왔던 과제"라며 "본사도 점포 지원에 한계를 느끼며 피로도가 극에 달한 만큼 자율규약의 형식을 빌린 제재에 대부분의 본사가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가맹점주들은 자율협약에 포함된 거리 제한의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선언적인 내용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우성 편의점살리기전국네트워크 대표는 "이번에 포함된 100m 출점제한은 편의점주의 영업권을 보장하기 힘든 수준이다. 담배 없는 편의점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점주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내용"이라며 "폐점 위약금 완화도 각사 방침은 빠졌다. 오늘만 해도 100m 내에 GS리테일 편의점이 있는 슈퍼를 GS리테일로 바꾸자는 본사 직원의 제안을 전해들었다. 주변 점주 동의서만 받으면 근접 출점이 여전히 공공연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보여주기에 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출점 제한을 포함한 최근의 정부 대책이 자영업자·소상공인 생태계 개선이 아닌 단기적인 처방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자율규약이 타사 간 자유로웠던 신규 출점에 일부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노동시장에서 자영업으로 내몰리며 발생한 자영업 과잉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출점 제한이 편의점 과잉을 막아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있음에도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적정 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한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인위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면 예비 자영업자 진입이 가속화해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정책 한계로 거론된다. 무등록 사업자 특성을 띤 자영업자의 경우 소상공인과 분리하고 자영업자는 복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에서 유통기업들의 과열 경쟁으로 인해 편의점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한 출점 제한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도 "편의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면 퇴직자들이 몰려 다시 과당경쟁이 되고 임대료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는 일자리가 없어 자영업으로 몰리는 부분을 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구조조정돼야 할 영세 사업자를 지원해 연명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정책이 충돌하는 상황임을 지적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편의점 출점제한을 포함해 카드수수료 등 최근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은 대증요법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부터 자영업자를 포함하는 소상공인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 90%가 겹친다고 하지만 300만 소상공인이라고 보면 매칭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창업을 일자리 창출로 접근하기 때문에 관련 지원이 많다. 정부가 자영업·소상공인 과밀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저소득에 내몰린 다수의 자영업자는 실업수당과 교육 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땜질식 지원이 아니라 근본적인 건강진단을 통해 건강한 자영업 생태계를 만드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비자정책위원회의에서 여정성 민간위원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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