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신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현재 중소기업과 관련된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각종 중소기업 지원법의 난립으로 브로커가 성행하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중기는 제대로 지원 받지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하루빨리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입법화 포럼'에서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 교수는 "2016년 말 기준 벤처기업 3만3000여개 가운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연관 기업은 864개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창업을 통한 신산업 육성을 외치고 있지만 구호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관련 제도 정비에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벤처시장의 양적 성장 등을 자랑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현재 중소기업 관련법은 모법인 중소기업기본법을 포함해 23개에 달한다. 창업지원, 기술지원, 판로지원 등 기능과 여성, 장애인, 소상공인 등 대상에 따라 개별법에 지원제도가 분산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이렇듯 난립하는 창업벤처 관련 법률을 재편성해 수요자 관점에서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윤 교수의 주장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중소기업 지원법이 분산돼 있어 중복 지원받는 기업들이 발생하는 '지원제도 쇼핑'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노리는 브로커 문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9년 간 정책자금을 10회 이상 중복지원 받은 중소기업은 53곳, 금액으로는 2461억원에 달했다. 반면 정책자금을 10회 이상 중복지원받은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290.5%로 전체 중소기업 평균 부채비율(152.2%)의 두 배에 이른다. 국감장에서는 사업계획서 대필 등 불법 브로커로 의심되는 업체가 성행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혁신성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규제 완화를 '규제 합리화'로 바꿔 부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가운데 하나인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규제완화 만 강조하면 이런 부분을 놓칠 수 있다는 취지다. 이태원 중소벤처기업부 규제혁신과장은 "안전, 환경, 고용 등 현 정부 들어 신설·강화된 법률 가운데서도 환경분야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다"면서도 "정부 전체적으로는 3000건의 규제가 신설·강화됐다. 경중에 따라 규제 강화 또는 완화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합리화라는 용어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역시 포럼에 앞선 축사에서 "난립하는 규제를 정리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측면에서 규제 완화보다 규제 합리화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중기업체의 사정도 공개됐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손목시계를 개발했지만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부터 개인정보를 소관하는 행정안전부 등 관계당국과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 여러 부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며 "전 세계 대지털 헬스케어 100대 기업 안에 한국 기업은 없다. 노하우와 데이터를 쌓고 있는 외국기업을 국내 기업이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러 부처가 스크럼을 짜서 규제 합리화를 빨리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입법화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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