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협력이익공유제 논쟁, 쟁점은?
"전례 없는 법제화" Vs "세제혜택 법률 명시 필요"…"수직적 거래구조 탈피 계기" 평가도
2018-11-07 16:38:51 2018-11-07 16:38:51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협력이익공유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재계는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이익을 나누는 제도를 법제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통해 오랜 기간 축적돼온 불공정한 대·중소기업 이익 배분 구조를 고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협력이익공유제의 핵심은 위탁기업이 협력사와 약정한 비율에 따라 재무적 성과를 나누는 것이다. 기존 성과공유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소기업의 혁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이 추진됐다. 제도 도입을 강제하는 대신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줘 기업 간 자발적인 협력모델을 구축하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국내외 유사 사례를 분석해 연구·개발(R&D) 등으로 생긴 이익을 공유하는 '협력사업형', 유통·IT 대기업이 제품·서비스 매출과 조회수 등에 따라 협력사에 추가 이익을 나누는 '마진 보상형', 대기업이 경영 성과 달성에 노력한 협력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인센티브형'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 재계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 이익배분 제도를 도입한 경우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기업이 정부 방침을 거스르는 부담을 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제도 도입으로 이미 기업 부담을 키운 상황에서 정부가 또 다시 기업을 옥죄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전했다.
 
통상문제로 비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익 공유가 정부의 직접 보조금은 아니지만 정부 정책에서 나온 지원금으로 해석될 경우 불공정행위로 문제삼을 수 있다는 취지다. 주주 동의 없이 기업 이익을 협력사에 재분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법제화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조세의 종류와 세율은 법률로 정하는 조세법정주의에 따라 세제혜택을 법률에 명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등이 발의한 관련 법안 4건을 통합해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성과공유제와 인센티브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업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제시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넛지 방식으로 성과공유제에 더해 협력이익공유제를 추가해 제도를 열어둔 것"이라며 "구조적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옵션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통상문제에 대해서는 거래 당사자의 자율적 계약 관계를 통한 이익 공유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민간기업이 다른 민간기업에 재정적 지원을 할 경우 보조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로부터 받는 조세 혜택 역시 다른 조세 혜택과 마찬가지로 보조금 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WTO가 금지하는 보조금에 해당하려면 특정 요건에 해당돼야 한다"며 "광범위한 범위에서 다수 기업이 수혜 대상인 경우 특정 요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계기로 국내 산업구조에 고착된 수직적 거래구조를 개선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대기업과 협력업체 관계가 전략적 파트너십 구도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차가 축적해온 수직적 사업구조로는 전기차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기업들의 기술 융복합이 필수적"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협력이익공유제를 활용해 기업 간 거래관계모형으로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현 상생협력정책관 역시 "외국의 선진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100% 납품단가로 협력사와 이익을 배분하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며 "납품단가 60%, 나머지는 판매량에 연계해 40%를 보상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글로벌 기업이 신제품 개발 또는 신산업 진출을 위해 협력기업과 공동 R&D·공동 투자하면 제품 매출에 따라 협력기업 수익이 연동되는 구조가 정착돼 있다. 미국의 항공기제작업체 보잉이 787 기종을 만들면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50여개 공급업체와 협력이익을 공유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 사례다. 영국의 또 다른 항공기제조사인 롤스로이스 역시 10억달러 이상 소요되는 에어버스 엔진개발을 위해 협력사와 위험수익 공유 파트너십을 도입해 자체 연구개발 부담을 줄이고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했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가공개로 인한 납품단가 인하 등 성과공유제에서 드러난 한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불공정한 이익 배분구조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협력이익공유제가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며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다양한 상생 모델을 유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 브리핑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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