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베트남에서 장기 투자를 약속했다. 현지의 낮은 인건비와 법인세 인하 등 정부 지원책이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이 삼성전자의 3대 생산거점에서 최대 전략 요충지로 부상할 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30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1시간여 면담을 가졌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이 많은 나라에 투자했지만, 베트남처럼 기업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해결해주는 나라는 많지 않다”면서 “베트남에 대한 장기 투자를 계속하고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삼성이 베트남을 세계에서 가장 큰 전략거점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반도체 분야와 인프라, 금융, 정보기술(IT) 개발에도 착수해 달라”는 푹 총리의 요청에, 이 부회장은 “한국에 돌아가면 간부 회의를 소집해 베트남에 투자할 수 있는 다른 분야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30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사진/베트남 총리실
삼성전자에 대한 푹 총리의 적극적인 러브콜은 베트남 내 삼성의 위상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수출액은 428억달러로, 베트남 전체 수출액(2140억달러)의 20%에 달한다. 현지 직원만 10만명이 넘는다. 박닌 공장에 4만명, 타이응웬 공장에 6만5000명이 근무 중이며 협력사 직원까지 포함하면 1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면담이 가져올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생산거점 지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반도체), 인도 및 베트남(휴대폰·가전)에 주요 생산기지를 운영 중으로, 약속대로 추가 투자가 집행되면 베트남이 세계 최대 생산기지로 부상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첨단산업 굴기를 외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위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중국 내 생산 물량을 줄이고, 이를 베트남으로 이전할 밑그림을 짜고 있다는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높아진 인건비와 미국과의 잦은 무역 분쟁도 중국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을 비교해 보면 중국 주요 도시는 한국의 59%, 베트남 주요 도시는 중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 베트남의 기본 법인세율은 20%지만, 베트남 정부는 3272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초기 4년간 법인세를 면제해 준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언급이 문재인정부에 대한 서운함을 에둘러 담아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기업의 고충을 듣지 않고 재벌개혁 등으로 압박만 가할 경우 투자와 고용은 요원하다는 재계 입장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29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지도부와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반기업 정서에 대한 애로 등을 들어야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 인도 노이다공장 준공식에서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향후 3년간 국내 130조원 등 총 18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안을 내놨지만, 삼성에 대한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재계 해석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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