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인도 정부가 전자제품과 부품에 대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강화하면서 국내 전자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인 인도마저 빗장을 걸 경우 대인도 수출 비중 2위인 전자제품 수출에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제품가격 인상과 현지 생산비중 확대 등을 통해 인도의 관세 상향에 대응하고 있다.
9일 인도 현지 외신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최근 완제품 형태로 수입된 TV에 대해 20%, 완전 조립된 LED 패널에 대해서는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백라이트 모듈을 장착하지 않은 반조립 제품 형태의 오픈셀(open-cell) 패널에도 0%에서 5%로 관세를 올렸다. 이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자국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의 일환이다. 관세를 높여 해외 기업들의 제조공장을 인도로 유치하겠다는 것.
미국에 이어 인도에서도 관세 이슈가 불거지자 TV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통상 TV 패널은 LED TV 가격의 75~80%를 차지한다. TV 세트에 대해 15%의 관세가 부과되면 TV 가격은 약 3% 올라간다. 인도 TV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인도에서의 TV 가격을 2~3% 인상했다. 파나소닉도 대형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을 3~6% 올렸다. LG전자와 소니 등 다른 제조사들도 이달부터 출시될 신제품에 대해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이다.
TV 제조사들은 이에 더해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은 오픈셀 패널을 들여와 현지 공장에서 조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도 정부가 원하는 신규 공장 설립은 위험부담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지 외신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에서 패널을 수입해 현지에서 조립 및 생산하는 계획을 논의 중이다. 마니쉬 샤르마 파나소닉 인도법인 이사는 “3~4 개월 내에 글로벌 TV 업체들의 250억루피~300억루피(4000억원~5000억원)의 투자가 있을 것”이라며 “인도 TV 생산량 중에 25~30%가 오픈셀 조립공장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휴대폰 세트와 부품에도 지속적으로 관세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말 수입 휴대폰 관세를 20%로 높인 데 이어, 휴대폰 핵심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휴대폰 제조업체들도 현지 생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인도 QLED TV 출시.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휴대폰 물량의 대부분을 현지에서 생산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에 위치한 휴대폰 공장에 오는 2020년까지 500억루피(약 812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생산력을 2배 이상 늘려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의 수출도 앞두고 있다. LG전자도 인도와 동아시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4~5년 내 새로운 사업부를 갖추고 인도를 생산허브로 만들 계획이다. 현재 PCB의 경우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생산을 현지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중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가동 등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는 가운데 인도의 지속적인 관세 상향은 부담”이라면서 “인도 현지 생산능력을 늘리고 가격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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