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 받고 1심이 종결됐다. 국정농단 사건의 최고 책임자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오면서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을 어떻게 진행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전부를 병합해 전원합의체에 회부할지, 상고심 접수 순서대로 판단할지 여부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고인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때문에 어느 한 당사자에 대한 사건을 대법원에서 먼저 판단할 경우 다른 당사자에게 대법원 판단을 예고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은 현재 상고심 계류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더 복잡해지고 있다.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려면 갱신의 문제가 생겨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을 먼저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형사소송법상 재판 중 구속기간이 끝날 경우 심급마다 2개월씩 두 번, 최장 4개월을 갱신할 수 있다. 대법원은 2개월씩 세 번 갱신이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판단을 대법원이 먼저 할 것이라는 전망에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기 때문에 상고심에서 병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및 최씨와는 공범이 아닌 대향범 관계다. 따라서 대법원이 먼저 접수된 이 부회장 사건을 판단해도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또 대법원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핵심 당사자에 대한 법리판단을 명확히 해줌으로써 하급심의 부담을 덜어주고 국정농단 재판을 속히 종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안정성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하급심에서 장기간 동안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지만 쟁점에 대한 다툼이 여전히 치열하다.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한 판단은 1, 2심이 갈리고 있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대법원이 쟁점을 명확하게 판단을 하는 전례가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검의 한 간부도 “지금까지의 예를 보면 비슷한 사건에서 공여자와 수수자가 나눠진 경우 공여자에 대한 사건이 먼저 상고되면 그 사건을 우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하더라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을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첫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 이 부회장 사건에 핵심 공소사실인 점, 포괄적 승계와 부정청탁의 법리 등 여러 중요한 법리적 쟁점이 모여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대법원에서 관련 재판을 모두 병합해 전원합의체에서 한번에 판단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최강욱 변호사는 “국정농단이라는 사건 특성상, 이 부회장에 대한 사건을 먼저 판단하기 보다는 핵심 혐의로 연결돼 있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건을 모두 모아 전원합의체에서 한 번에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수사와 재판 진행을 가까이에서 본 한 중견 법무법인 대표는 “사법부가 전원합의체에서 일괄 판결함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사회적인 불신을 타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법원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대법 관계자는 이날 “정답은 없다. 현재로서는 대법원 재판부가 사건을 모두 병합할지, 이 부회장에 대한 사건을 먼저 판단할지 예측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 4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최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7일 이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사건을 대법원 3부에 배당하고 조희대 대법관을 주심으로 지정해 심리 중이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박근혜 전 대통령·비선실세 최순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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