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5년 만에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재조명되면서 삼성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민주노총 소속의 삼성 계열사 노조들은 공동투쟁을 통해 총공세를 예고했다. 검찰 사정권에 접어든 가운데 정치권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 중이다. 노조 설립 및 활동을 방해하려던 전략이 역설적으로 '무노조 경영'의 빗장을 여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지회(삼성웰스토리 소속), 에스원노조(에스원 소속), 삼성지회(삼성물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삼성전자서비스 하청) 등은 '삼성그룹사노조대표단'을 지난 3일 발족, 공동투쟁에 나섰다. 이들 노조는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공동요구안으로 정했다. 노조 가입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고, 노조의 조합원 유치·홍보 활동 등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노조별 개별요구안도 정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원청의 직접고용을, 삼성웰스토리지회와 에스원노조는 임단협 체결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들 노조는 대표단 명의로 삼성에 교섭을 요청할 방침이다.
사용자는 각 계열사 대표이사다. 하지만 노조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계열사가 아닌 삼성(그룹)과 직접교섭을 벌여야 한다는 게 이들 노조의 주장이다. 3일 이들 노조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면담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지회 관계자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결자해지'하기 위해서는 계열사가 아닌 삼성의 수뇌부와 담판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초 이들 노조는 임단협에서 공동투쟁하기로 투쟁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지난 2일 삼성의 노조 사찰 정황을 뒷받침할 6000여건의 문건이 나오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문건이 검찰로 넘어갔다.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회사다. 검찰이 확보한 6000여건의 문건에는 2013년 공개된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외에 최근 작성된 문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은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했다. 114페이지 분량의 해당 문건은 노조 설립에 대비하는 회사 차원의 대응계획이 담겨 있다. 2012년 1월 작성됐다. 복수노조 제도를 활용해 신설 노조를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노조 설립 가담자의 비위사실을 수집하고, '문제인력'을 선별해 퇴출하는 내용도 문건에 담겼다. 문건은 "(노조의)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전략을 통해 고사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초기 시인과는 달리 일주일 후 해당 문건을 만든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문건에 따라 노조 간부를 해고했고, 삼성이 문건을 작성한 걸로 판결했다.
검찰은 최근 작성된 문건들도 입수했다. 지난해 5월 정권교체를 전후로 삼성웰스토리, 에스원 등 삼성 계열사에서 연이어 노조가 설립됐다. 삼성이 이들 계열사와 하청업체의 노조를 사찰했고, 보고용 문건으로 남겼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이들 노조는 "계열사 인사팀의 하부조직인 신문화팀이 관련 업무를 했고, (지금은 없어진)그룹의 미래전략실로 보고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지회 관계자는 "올 초까지 회사의 인사 담당자가 내 지인에게 전화해 술자리를 제안했다"며 "만날 때 노조 간부도 데려와달라고 인사 담당자가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관리 목적이 아닌, 그룹의 윗선에 보고할 내용을 만들기 위해 만남을 제안했을 것"이라며 "검찰이 입수한 문건에는 장기간 노조활동을 사찰하고 보고한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검찰이 확보한 문건이 원청의 불법파견을 입증할 핵심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청업체의 설치·수리기사들을 사찰한 것은 사실상 노무관리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를 관리한 만큼 실제 사용자는 원청이라고 노조는 논리를 폈다. 이들 노조는 해당 문건을 공개하라고 검찰에 요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는 "노조는 삼성의 조직적인 사찰의 피해자"라며 "검찰이 노조에 문건을 공개해 삼성에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말을 아끼면서도 당황하는 기색은 숨기지 못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검찰에 어떤 내용의 문건이 들어갔는지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문건은 삼성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삼성에는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검찰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과 별건으로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수사를 통해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입증될 경우 노조법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부당 노동행위를 헌법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중범죄로 엄정조치하겠다고 밝힌 점도 삼성에 부담이다. 이 부회장의 석방,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의 문자메시지 등으로 삼성과 언론을 보는 국민 여론도 곱지 않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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